“우울(憂鬱)이란 살아 있는데도 죽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고 감각에 대한 무능력이며 기쁨도 슬픔도 경험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건전한 사회'에 나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도 감각의 무능력 탓이고 슬픔조차 경험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인가. 미국 영화배우 말론 브랜도의 딸 쉔 브랜도(25)는 오빠의 약혼자가 오빠한테 살해당한 후 심한 우울증에 빠져 1995년 4월 남태평양 타히티 섬에서 자살했고 모델 출신인 피카소의 둘째 부인 재클린 피카소(60)도 피카소 사후 심한 우울증에 싸여 86년 10월 프랑스 남부 칸 시 부근 별장에서 자살했다.
남자들의 우울증 자살도 많다. 2세, 3세 때 각각 부모를 잃고 하나뿐인 누나도 삶의 곁을 떠난 16세 때엔 할아버지마저 백내장으로 눈이 멀어 그의 소설엔 늘 우수에 젖은 서정성과 짙은 우울의 안개가 깔려 있는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그는 72년 4월 한 줄의 유서도 없이 가스관을 입에 문 채 자살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우울한 세레나데'가 아니더라도 그의 삶 자체의 주조(主調)가 우울이었다. 셸 보네비크 노르웨이 총리는 자신의 우울증을 아예 공개, 호소했다. 98년 10월 “정신적 능력이 쇠진해 병가를 신청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솔직해서 좋다'며 오히려 세인의 동정을 받았다. 지난 4월 홍콩 영화 스타 장궈룽(張國榮)의 자살 동기도 우울증이었다.
서울 주부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우울증이라는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특히 30대 주부가 많다는 건 그럴 만하다. 삶의 기대치(値)가 가까이서 멀리서 사방에서 사뭇 어긋나는 환멸을 실감하는 연령층이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철엔 더욱 우울증을 유발하기 쉽다니 걱정이다. 실내 조명을 밝게 하고 자주 햇볕을 쬐는 것도 효과적이라지만 무엇보다 남편 등 주변의 배려와 격려가 필요하다.
오동환<논설위원>
논설위원>
우울증 주부
입력 200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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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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