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政經癒着)의 '유착'이라는 말은 원래 의학 용어다. 외과 의사들이 수술 때 또는 회진(回診) 때 암호처럼 주고받는 말 중에 들어 있는 단어 어드히전(adhesion)이나 니팅(knitting) 등이 바로 '유착'이다. 유착이란 하나의 장기, 하나의 기관(器官)이 생리적으로 관계없는 다른 장기 또는 다른 기관에 조직적으로 얽히고 엉기는 결합이며 그런 상태다. 가련한 영아들을 예로 들어 안됐지만 머리끼리, 배끼리, 등끼리 붙어 있는 샴 트윈, 샴 쌍둥이의 이신동체(二身同體)가 다름 아닌 유착 상태다. 그러니까 TV 앵커나 토론회 참가자들이 걸핏하면 일컫는 정경유착의 '고리'란 있을 수 없다. ?를 거꾸로 매단 모양(¿)의 기중기 고리나 열차 차량의 연결 고리 같은 건 환자의 장기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새 대통령만 뽑혔다 하면 산더미 같은 국사는 미뤄둔 채 온통 나라가 시끄러운 대선 자금, 거기 얽힌 악질적(惡疾的)인 정경유착 구조는 언제쯤 떨어져나갈 것인가. 그것은 신이 내린 외과 의사 팀이 혜성처럼 나타나 '역사적'인 분리 수술을 하기 전에는 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지난 여름 샴 쌍둥이 사랑과 지혜양의 분리 수술에 성공한 싱가포르의 래플즈(Raffles) 병원 수술 팀을 초청하는 것도 한 방편일지 모른다.
일본에는 '오야카타 히노마루(親方日の丸)'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기업 경영이 부실하고 서비스가 엉망이어도 '히노마루' 즉 나라가 배후에 있는 한 도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영화 이전의 국철(國鐵)이 그랬다. 형편없는 부실기업도 권력층이 봐주면 끄떡없고 건실한 기업도 권력층의 '괘씸죄 1조'에 저촉되면 하루 아침, 반나절에 망해버리는 풍토가 지속되는 한 정경유착의 분리는 요원할 것이다. SK만 해도 얼마나 억울하고 분할까. 바쳐야 할 곳엔 다 싸다 바치고도 감옥에 갔고 그런데도 속수무책이었던 전(前) 대권자의 심정은 또 오죽했을까. /吳東煥(논설위원)
정경유착의 고리
입력 2003-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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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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