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권에 사정없이 사정(査正)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의 인기가 상종가다.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뿌리를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을 풀어줄 해결사로 검찰이 맹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중수부장의 팬클럽이 생겼는가 하면 힘내라고 보약, 칼같이 수사하라고 칼국수, 묵은 정치를 청산하라며 햅쌀 선물이 줄을 잇는다고 하니 하나 같이 전례없는 일이다.

세계적으로도 용기있는 검찰, 용감한 검사들이 부패의 수렁에서 나라를 건진 사례가 많다. 1976년 현직 수상인 다나카 카쿠에이(田中角榮)를 구속한 일본 검찰의 '록히드 스캔들' 수사는 일본 정치를 정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는 1992년부터 2년동안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주도하면서 전직 총리 4명을 포함해 상·하원 의원의 16%인 151명과 피아트, 올리베티 등 600여명의 기업인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1992년 프랑스 집권 사회당이 4년전 기업비자금 12억원을 대선자금으로 받아쓴 것이 들통나 주저앉은 것도 무명의 시골 검사 르노 반 루앵베크라는 임자를 만난 탓이었다.

정경유착은 동서고금 변함없는 패국망민(敗國亡民)의 지름길이다. 전국시대 말의 대상인 여불위는 금력(金力)으로 진(秦)나라의 승상이 됐으니 그의 사생아가 진시황이다. 독일의 푸거가(家)는 황제와 교황 까지 주물렀고, 영국의 로드차일드 집안도 한 때 영국 정치를 지배한바 있다. 현대에 와서는 재벌과 다국적기업이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이다. 검은 돈이 권력을 낳고 권력이 검은 돈을 재생산하는 정경유착의 악순환은 임자를 만나기 전 까지는 발본색원(拔本塞源)이 어렵다. 대한민국 검찰과 검사들의 뚝심을 기대하는 국민적 성원이 대단한 것도 그 때문일게다. '송광수-안대희' 듀엣이 한국 검찰사에 정경유착 타파의 비조(鼻祖)로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尹寅壽(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