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금모금연합위원회에 따르면 2001년도 미국의 총 기부액은 2천120억달러(275조6천억원)로 이중 75.8%인 1천610억달러는 개인이 낸 것이다. 기업은 4.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영국은 매년 1천420억파운드(269조8천억원) 정도가 기부된다. 이중 일반기부가 34.8%를 차지한다. 법인회사가 기부한 액수가 5천740억엔(1977년 기준)이며 개인기부액이 370억엔 정도인 일본과 작년에 모금한 약 625억원중 개인기부자가 22%에 그치고 기업의 비율이 54%나 차지한 우리나라와는 내역이 반대다. 국민들이 갖는 기부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구(西歐)의 기부문화 유래는 나라별로 조금 다르다. 미국은 옛 북미 콰키우틀인디언 부족사회에서 행해지던 '포트라치(potlach)'라는 독특한 관습에서 비롯 됐다고 한다. 포트라치란 특정일에 주민들이 모여 모피와 귀금속 등 제각기 간직하고 있던 잉여 재산들을 자발적으로 파괴하거나 이웃에 나눠주는 사회 의식(儀式)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관습을 바탕으로 재산의 사회환원을 덕목으로 여기고 산다. 영국 등 유럽은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뿌리다. 귀족사회의 여러특권을 포기하고 막대한 세습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던 당시의 전통적 모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평생 모은 재산을 몽땅 사회에 내놓은 카네기에서 시작해 장학생 1만명을 공부시켜 무려 6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록펠러재단, 하루 평균 1천만달러씩을 기부해온 빌 게이츠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기부가 척박한 우리나라에서도 6천억원을 인재교육에 쓰라고 쾌척한 삼영화학 이종환 회장과 1천305억원을 기부한 (주)태양 송금조 회장 등과 같은 이가 나타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날 끝없이 이어지는 불법정치자금 시비와 각종부패 사건, 거기에 연루되는 정치인, 금융인, 기업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鄭俊晟(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