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취(銅臭)'란 '구리 냄새'가 아니라 '돈 냄새'라는 뜻이다. 후한(後漢) 영제(靈帝·재위168∼189년) 때 매관매직이 성행, 정치 판이 몹시 어지러웠다. 그 무렵 최열(崔烈)이라는 사람이 거금 500만금(萬金)으로 사도(司徒)라는 벼슬(지금의 장관급)에 올라 거드름을 피우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최열이 아들 균(鈞)에게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이 아비를 어찌 평하더냐.” 아들 균은 기탄 없이 대답했다. “아버지한테서 동취가 난다고 모두들 싫어합니다.”
요즘이야 동취가 아니라 지폐 냄새, 지취(紙臭)가 난다고 해야겠지만 작금 검찰의 대선 자금 계좌 추적, 돈 냄새 탐색에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이럴 때 인간의 몇십만 배 능력이라는 개의 후각을 반의반만이라도 닮거나 알에서 깨어날 때의 하천 냄새를 기억했다가 성어(成魚)로 회귀한다는 연어의 후각을 조금이라도 갖췄다면 돈 냄새 쫓기에 오죽 수월할까 싶다. 그런 후각이라면 요즘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 현장 덮치기에 개가를 올리고 있는 정부 감찰반의 수고도 훨씬 줄어들 게 아닌가.
'범죄-돈=0'에 가깝다. 불법 정치자금, 뇌물뿐 아니라 세상사 온갖 범죄가 돈과 얽혀 있다. 심지어 사찰 법당의 부처님 앞 시줏돈까지 훔쳐내는 판이다. 싸움도 거의가 돈 때문이다. 하긴 돈이 없으면 사람값도 못하고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세상이다. 인간의 뇌 세포 약 1천억 개 중 9백억 개는 하루 24시간 내내 돈 생각, 머릿속 돈 사이트에 접속돼 있는지도 모른다. 돈만 있으면 쥐 뿔, 개 뿔, 고양이 뿔도 살 수 있고 하늘의 선녀도, 땅 속 귀신까지 부릴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서머셋 몸은 돈을 오관(五官) 다음의 제6관(官)이라고 했다. 돈의 가위에 눌려 사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분명 수의(壽衣)엔 주머니가 없다. 돈 냄새가 설마 하늘 나라까지는 올라가지 않을 터이니 내세(來世)나마 기약해 둘 것인가. /吳東煥(논설위원)
동취(銅臭)
입력 2003-11-07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11-07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