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학 경쟁력은 부끄럽게도 세계에서 하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명실공히 국내 최일류라는 국립 S대학교도 국제적으로 공인된 권위의 학술지 논문 횟수로 따져 세계 800위라는 충격적인 보도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04개 4년제 대학과 160여개 2년제 대학에 600여개 학과가 백화점식으로 설치된 것을 보면 학문발전을 위한 세분화라기보다는 교수확보와 학생정원에 의해 생긴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학 정원은 73만명(2년제 포함)이나 수능 응시자는 67만명이라는 올해 첫 '대입 정원 역전시대'를 맞아 뒤늦게 특성화를 서두르는 등 살아남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대의 위기감은 갈수록 심각하다. 정원확대를 통한 대학의 공급과잉과 몸집 키우기에 급급한 결과다. 학부제 실시 이후에는 일부 이른바 인기없는 학과는 2학년때 지원자조차 없는 경우도 있고 마음에 들지않는 학과에 배정된 학생은 재수, 3수도 불사한다.
수능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도권 대학은 물론 지방대학들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다. 총장은 물론 교수 재학생들이 총동원돼 전국의 고등학교를 찾아다니고 있다. 일부 지방대학교나 전문대는 파격적인 장학금 조건을 내걸고, 인맥을 동원한 맨투맨 작전도 펼친다. 진주의 K국립대학교는 오는 11일 고교교장과 진학담당교사를 초청, 해양과학대학 소속 1천t급 실습선을 타고 남해안의 비경을 구경하며 그물을 던져 시험조업도 해보는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그나마 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나은 편이다. 요즘에는 서울에 있으면 '서울대학교'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니 말이다.
신입생 유치 경쟁을 나무랄 일은 아닐지 모르나, 연구나 강의에 몰두해야 할 교수들까지 동원되는 것을 보면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교육시장이 개방돼 외국대학마저 들어올 태세이니 이제 대학도 시대에 부응하는 특화를 서둘러야 할 때다. /李俊九〈논설위원〉
대학생 유치전
입력 200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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