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당(政黨)의 평균수명은 2.7년이다. 외국의 100년, 200년에 비해 아주 짧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전후해 신당 창당이나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어김없이 이루어져 왔고 일종의 유행병인 정치권내 주기적 정계개편이 끊임없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은 1850년대에, 민주당은 1792년도에 만들어졌지만 아직 건재하다. 일본도 우리 보다 늦게 2차대전 후인 1950년대 초에 창당한 자민당, 사회당이 모두 경력 50년이 넘는다. 물론 공산당은 그보다 더 역사가 깊다. 빈국(貧國)이라는 인도의 정당 국민회의파(派)도 130년이나 됐다. 외국의 예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민주주의 역사가 50년이 넘는 우리나라가 5년의 역사를 가진 정당 하나 없다는 것은 기가 막힐 일이다. 국민들은 선거때마다 새로운 이름의 정당을 만나면서 혼란스러워 하고 정치의 후진성을 개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 싶다.

우리네 정당역사는 특정인의 필요에 의해서 비롯됐다. 민정당의 전두환이 아니라 '전두환의 민정당'이었고, 민주당의 김대중이 아니라 '김대중의 민주당'이었던 것처럼. 정치보스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새로운 정당이 등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소속당원들도 주장을 바꾸어서 보수주의자가 되었다가 바로 진보주의자가 된다. 좌파와 우파의 경계선도 넘나들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어느 것이 공익(公益)에 맞느냐가 아니라, 어느 편에 서는 것이 내 사익(私益)에 유리하냐에 따라 주장이 좌우된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이합집산으로 그 모습을 변화시킨것도 다반사다.

예외없이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당이 출범했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보며 한(限)의 정치가 되고 보복(報復)의 정치가 될수 밖에 없는 우리의 정치상황을 되돌아보게 된다. “정당을 누에 똥 갈듯이 만들고 누에 똥 갈듯이 바꾼다”는 일본인들의 비아냥이 새삼 생각나는 요즘의 정치판이다. 뿌리를 튼튼히 하는 한편 전통을 세우고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을 가진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희망과 함께. /鄭俊晟(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