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잠입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개구멍 루트'는 멕시코 국경선이 유명하다. 가족까지 이끌고 왜건 차로 멕시코 땅을 북상, 국경 경비병이 조는 심야에 잠입한다. 그들을 미국인은 견공(犬公)보다도 몇 단계 낮춰 '가장 못된 곤충 떼'라 부른다. 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서도 잠입한다. 그들을 또 '추악한 악어 떼'라 일컫는다. 폴란드, 체코 등 국경선에 적외선 탐지기를 설치했다고 1993년 1월4일 독일 내무부가 발표한 것도 불법 잠입 외국인 노동자를 막기 위함이었다. '에덴의 동쪽'이 아닌 지구의 동쪽 끝에서 가장 잘 산다는 일본에서 불법 입국·체류 노동자가 골칫거리가 된 것도 이미 80년대부터였다.
금속, 자동차 부품 공장 등 공업단지인 일본 모오카(眞岡)시의 91년 인구 6만명 중 5%가 외국인 노동자였고 일본 법무부가 그 해 5월1일 발표한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15만9천명이었다. 한데 놀라운 것은 그 중 한국인이 2만5천848명으로 필리핀의 2만7천22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는 것이었다. 더욱 참담한 일은 94년 5월 중순∼6월 초순 단 20일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에서 적발, 추방령을 내린 외국인 불법 체류 노동자만도 2천893명으로 그 중 한국인이 614명으로 1위였다는 것이다.
그런 한국이 외국인 노동자로 골치를 앓게 된 것은 오랜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아니라 10년도 안된 금석지감이다. 5·16 때 1인당 GNP는 100달러도 안됐다. 그런 우리가 언제부턴가 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3D 업종 공장을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돌리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임금 체불에다 학대까지 자행한다. 절단기에 손목이 잘리고 중금속에 중독된 흑갈색 피부의 동남아 노동자들이 너무나 애처롭다. 그런 터에 지하철에 뛰어들고 목을 매는 등 잇단 자살의 비보까지 들린다. 그들의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 어떤 노동도 신선하고 그 어느 생명도 고귀하거늘…. /吳東煥(논설위원)
외국인 노동자
입력 2003-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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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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