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7일 프랑스의 명문 소르본대가 샤넬의 모델 출신인 점성술사 엘리자베드 테시에의 사회학박사 논문이 통과됐다고 발표하자 사회학자 알랭 부르댕의 비판 등 거센 논란이 일었다. '점성술학(占星術學)박사'가 아닌 사회학 박사학위는 사회학의 존엄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1993년 1학기부터 미국 네바다대 호텔경영학부에 개설된 '갬블학(賭博學)' 박사 과정에서도 지금쯤은 여러 명의 박사가 나왔을 것이다. 91년 프랑스서 탄생한 한국인 자수학(刺繡學)박사만 해도 좀 이색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호텔경영, 관광식음료, 스포츠레저, 패션정보, 골프지도, 다이어트관리정보, 요가응용, 다(茶)문화, 만화, 당구 등 별의별 학과에선 별의별 박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고구려의 태학(太學)박사, 백제의 오경(五經)박사 등 우리 나라의 박사 등장은 삼국시대부터였지만 꼭 학문이 높은 사람만을 일컫지는 않았다. 중국은 진(秦)나라 때만 해도 고금의 사물을 관장했던 벼슬 이름이 박사였고 주(酒)박사, 다(茶)박사 등 기예(技藝)에 정통한 명인(名人)도 박사라고 일렀다. 심지어는 찻집(茶館) 하인까지도 박사라고 불렀다. 중국에 특이한 건 또 '부박사(副博士)' 제도다. '일본서기(日本書紀)'를 봐도 백제 출신 기술자에 탑(塔)박사, 노반(露盤)박사도 있었다. 유럽에선 또 예언박사, 불패(不敗)박사, 천사적(天使的)박사, 낙천(樂天)박사 등 특출한 개성에 '박사'를 붙이기도 했다.
어쨌든 까다로운 구미 선진국의 제대로 된 박사학위를 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10명 중 6명은 취업에 방해가 된다며 자랑스런 석·박사 학위를 입사 지원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숨긴다는 사실이 어느 인터넷 취업 링크사가 고학력 구직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니 제삼자가 들어도 안타깝다 못해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값을 쳐주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암담하기 그지없는 사회다. /吳東煥(논설위원)
박사학위와 취직
입력 20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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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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