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와 '재클린'은 1961년 백악관에 입성한뒤 백악관을 미국의 예술과 역사의 전시장(a showcase of American Art and History)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재클린은 역대 대통령의 부인중 처음으로 백악관 실내를 배경으로 카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화가 에드워드 레만에게 Red Room, Blue Room, State Room 등을 그리게 하여 이 그림으로 카드를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수량을 500장 내외로 한정 제작해 서명을 한뒤 지인들에게 보냈다. 1963년에도 백악관 East Room을 배경으로 한 카드가 제작됐다. 11월 중순경에 모두 500장이 만들어졌으나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가 달라스에서 암살되는 바람에 발송은 중단됐다. 케네디내외는 이때 제작된 500장의 카드중 30장만 서명을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지금도 이 카드는 역대 백악관 카드 중 가장 희귀한 것으로 분류된다. 22일은 '영원한 대통령'이라는 전설이 된 존 F 케네디 암살 40주기다. 미국은 지금 그 추모열기에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방송특집은 물론 출판계도 줄지어 관련서적을 펴내고 있다. 아내인 재클린의 쇼핑 중독증 때문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각종 학회와 전시들도 봇물을 이루고 있어 케네디가 마치 살아 돌아온 착각마저 들 정도라고 한다. 케네디가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영화배우출신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주지사에 취임한 지난 17일 미국 언론들은 이례적으로 '명문 케네디가(家)의 피는 속이지 못한다'는 수식어를 동원해가며 주지사의 부인 삶에 대한 특집을 내보냈다.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가 주지사 당선의 일등공신이지만 케네디의 여동생인 유니스케네디의 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와 정서가 틀리다고 하지만 추모열기로 떠들썩한 미국을 보며 만인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 한명 없는 우리의 처지가 왠지 초라해보인다. /鄭俊晟(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