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과학적인 보고는 1950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의학 관련 학술 논문 중 단일 과제로는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을 정도이다. 연구 방법이 발전할수록 그 해로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0여종의 발암물질과 4천여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각종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평균 2.5배 높이고, 평균수명을 14~15년이나 단축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이 지구촌에서는 10초당 1명이 담배 때문에 죽고 있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안 피우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무려 22배나 높다고 한다. 그러나 전 세계 흡연인구는 5명 중 1명 꼴인 11억여명에 이르며,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남자의 흡연율은 중국·베트남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한다. 그래서 WHO가 '라이트' '마일드' 같은 문구까지 못 쓰도록 하려 한다.
최근 들어 또다시 담뱃값 인상을 놓고 정부부처간 혼선을 빚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엊그제 내년 7월1일부터 갑당 500원씩 인상한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재경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가격인상으로 늘어난 판매수입을 건강증진기금과 지방세 등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세부안이 확정 안됐다는 것이다.
어쨌든 흡연자들은 벌써부터 이를 반대하기 위한 조직적인 행동을 벌이고 있다. 담뱃값을 올려 새로 흡연하는 사람들을 줄이고, 피우고 있는 사람들도 담배를 끊게 한다는 발상에 반대한다며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휘발유값을 올려도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지 않았듯이, 값을 올려 금연을 유도하는 방법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부정적인 시각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경제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다. 더구나 흡연자들도 담배의 해악을 모르고 있지는 않다. 금연은 개인의 의지와 사회의 협력이 합쳐질 때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李俊九(논설위원)
담뱃값 논쟁
입력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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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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