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미군의 대(對) 이라크 무차별 소탕작전을 '쇠망치로 파리 잡는 작전'이라고 비난했다는 게 며칠 전 AFP통신 보도였다. '쇠망치 작전'이란 2차 대전 때 나치가 썼던 '아이젠 하머(Eisen hammer) 작전'이 원류(源流)라지만 하긴 미·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때부터 첨단 무기가 동원된 무자비한 원사이드 게임을 곱지 않게 보는 지구촌 시각들도 만만치 않았다.
'쇠망치 작전'에 해당하는 말은 '논어'에도 나온다. 우도할계(牛刀割鷄)―소 잡는 큰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이다. 공자가 그의 제자 자유(子游)가 다스리는 우솅(武城)이라는 고을에 들렀을 때 온통 거문고 뜯기와 함께 시 읊는 소리가 들리자 자유에게 말했다. “닭을 요리하는 데 큰칼이 필요하겠나. 이런 조그만 고을에선 거문고와 시 따위는 가르치지 않아도 될 터인즉….” 천하를 통치하는 데 쓸 예악(禮樂)을 조그만 고을에 쓰는 허풍은 떨지 말라는 뜻이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우정계팽(牛鼎鷄烹)'도 비슷한 말이다. 소를 삶는 가마솥에 닭을 삶는다는 뜻이다.
아무튼 미국의 '쇠망치 작전'이 끔찍하다. 정통으로 얻어맞는 '파리'도 파리지만 잘못 내리쳤을 때의 엉뚱한 피해도 자심하다. 한편 독이 오른 파리들의 저항 또한 지독하다. 그 맹독의 파리들이 두 '쇠망치'의 목을 잘라 길바닥에 패대기쳤다고 해서 전 미국인의 분노가 일고 있다. 기요틴(斷頭臺)시대, 참수(斬首)시대로 돌아간 듯한 공포감이 엄습했을 것이다. 더러는 제3차 십자군전쟁 때 영국의 사자심왕(獅子心王) 군대, 즉 십자군 군대가 금화를 삼켰다는 소문의 무슬림들 배를 갈랐던 끔찍한 장면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사자는 한 마리 쥐를 잡을 때도 온힘을 쏟는다는 교훈과 함께 이제 그곳 전쟁은 확전의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도 크다. 미·이 전쟁은 십자군 원정의 업보라는 지식인도 있지만 그 어떤 전쟁이든 빨리 끝날수록 좋다. /吳東煥(논설위원)
파리잡는 망치
입력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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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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