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게 없어서 '당하는' 단식으로 굶어죽는 사람의 눈엔 일부러 굶는 단식 투쟁자들의 행위가 사치로 비칠 지도 모른다.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최고(最古)의 도시 여리고(Jericho) 서쪽 '유혹의 산'에서 40일간이나 단식했다는 예수를 비롯해 1918∼48년 사이 14차례나 단식을 해 단식투쟁의 전설적인 존재가 된 마하트마 간디부터도 그렇게 비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결사적(決死的)'인 현재진행형의 단식 투쟁이 아닌 '결사(決死)' 그대로의 현재완료형으로 죽어간 단식 투쟁자들이란 처절하기 그지없다. 수양산의 백이(伯夷) 숙제(叔齊)를 위시해 가야국 월광사 숲 속에서 굶어죽은 월광태자(月光太子), 백제의 충신 성충(成忠), 한음(漢陰)대감 이덕형(李德馨), 면암(勉菴) 최익현 등. 무더기로 굶어죽은 예는 또….
작년 1월 호주 남부 우메라 억류센터에 억류된 62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처럼 아예 입술을 바늘로 꿰맨 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면 단 1주일도 못 간다. 그러나 '정글'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미국 작가 업턴 싱클레어의 저서 '현대인의 생활전술'을 보면 1920년 10명의 대(對)영국 아일랜드 반란 주동자의 경우 옥중 단식 20일째가 돼서야 모두 빈사 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맥스 위니 콜크시(市) 시장은 74일째에 죽었고 88일째에 또 한 사람이, 나머지는 94일째에야 단식을 중단, 살아났다.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작년 8월 인도 서부 구자라트(Gujarat)의 한 사나이는 물만 홀짝거리면서 400일을 넘김으로써 기네스북의 스코틀랜드 사나이 바비어리의 382일 기록을 깨버렸다.
선배 단식 투사들인 YS, DJ, 전두환씨 등이 유독 관심 깊게 지켜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이 며칠이나 계속될지 궁금하다. 정국이 180도로 호전돼 단식 투쟁자의 몸도 상하지 않고 정치권 전체도 상하지 않는 단시일의 상징적인 단식 투쟁으로 끝나길 기대한다. /吳東煥(논설위원)
단식투쟁
입력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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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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