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는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통한다. 그래서 '치맛바람'도 여자가 일으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치마는 본래 사람이 입는 옷의 근본이듯이 남자도 입었다. 옛날 고대시대에는 옷만드는 기술이 없었던 터라 옷감을 대충 둘러입었다는 것이다. 삼국시대 문헌에는 상(裳)·군(裙)으로 표기되어 있고 고구려벽화(4~6세기)에서도 치마를 입은 남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다가 북방 기마민족이 사냥이나 전쟁에서 불편을 겪자 바지를 입기 시작해 유럽과 동남아로 퍼지기 시작했다. 삼국시대 이후에 들어서는 남자=바지, 여자=치마의 불문율이 생겨 여자의 옷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에서는 조선옷으로 불리는 치마저고리가 한국인의 상징이었을 정도다. 3·1운동 당시 유관순열사의 사진을 보면 그녀의 복장도 영락없이 그러했다. 치마하면 또 '행주치마'를 들지 않을 수 없다. 행주산성에서 권율장군과 왜구들의 싸움이 벌어졌는데 부녀자들이 앞치마에 돌을 날라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서양에도 스커트라는 이름의 치마가 있다. 17세기 중반에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에 리본이 장식된 화려한 스커트를 남자도 착용했으며 그 당시의 남자 스커트가 현재도 스코틀랜드 지방에 킬트(kilt)라는 이름으로 있다. 그래서 옛날 영국에서는 한 때 각국 대사가 신임장을 제정받을 때는 어느 나라이건 관계없이 긴 스커트를 입도록 했다는 얘기도 있다. 중세의 무사들을 보아도 예외없이 스커트를 입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여성부가 일선 중·고교에서 여학생에게 치마만 교복으로 입게 하는 것은 남녀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하고 여학생들이 교복으로 치마나 바지중에서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일선 학교에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여학생에게 치마만 입게 하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으로 여학생 교복이 반드시 치마여야 하는 합리적 이유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다. 여학생들의 행동과 태도를 규제하지 않겠다는 취지이지만 얼마나 많은 여학생들이 바지를 선택할 지 궁금하다. /李俊九(논설위원)
치마
입력 200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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