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임종 때 회고하는 일생이 '일장춘몽(一場春夢) 같다'고 한다. 어디 봄 꿈뿐이랴. 인생은 한 마당 여름 꿈, 가을 꿈, 겨울 꿈 같기도 하리라. 살아온 실제 인생뿐이 아니다. 온갖 영화를 누리다가 퍼뜩 깨어난다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든지 꽃 같은 여덟 선녀와 함께 달콤하기 그지없는 꿈 속 생활을 즐기다가 깨어난다는 김만중(金萬重)의 소설 '구운몽(九雲夢)'을 봐도 그렇고 80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는 노생(盧生)의 생생한 꿈, 20년간 길고 긴 잠을 자면서 온갖 꿈을 꾸는 동화 속의 주인공 립 밴 윙클의 천진한 꿈, 언감생심 아름다운 여인과 40년 동안이나 함께 사는 승려 조신(調信)의 꿈 등 온갖 유별난 꿈들이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펄펄 날았다는 그 꿈처럼 꿈 같은 인생인가, 인생 같은 꿈인가를 사뭇 헷갈리게 한다.

밤에 자면서 꾸는 꿈과 눈을 뜬 채 백일(白日) 하에, 광도(光度) 높은 대낮에 꾸는 희망과 포부의 꿈, 야망과 청운의 꿈 두 가지로 나눠 봐도 마찬가지다. 꿈이 없는 절망만으론 단 한 시, 한 나절의 삶도 지탱하기 어렵다. 삶의 끝 종이 땡땡땡 울릴 때까지도 보다 나은 내일을 희원(希願)하고 죽기 전날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인간이다. 인생은 자나깨나 꿈이다. 누가 인간을 희망하는 인간 '호모 에스페란스(Homo esperans)'라고 했던가. 인간은 희망하며 꿈꾸는 동물이다. 누구나 이상적인 드림 부부와 드림 가정, 최고의 드림 일을 꿈꾸고 최상의 드림 인생을 꿈꾼다. 꿈이 없이는 만사휴의(萬事休矣), 말짱 헛 거다.

꿈에서 본 사자(死者)가 암시하는 번호로 산 복권 60장이 모두 당첨됐다는 어느 주부의 꿈이야말로 신묘하기 그지없다. 그런 꿈의 효험(效驗)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꿈의 해석'을 쓴 프로이트라도 깨워 묻고 싶다. 그녀가 꿈에 본 사자는 분명 그리스 신화의 꿈의 신 모르페우스가 보낸 사자(使者)가 틀림없지 않나 싶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