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얼짱'이라는 신조어가 10대에게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고 한다. 한동안 '짱'이라는 말이 나돌더니만 얼굴이 '짱'이라는 소리란다. '좋다' '최고다'란 듯의 '짱'은 또 싸움을 가장 잘하는 학생들에게도 붙여진다. 그러니 얼굴이 가장 잘 생긴 사람이 '얼짱'이라는 뜻에 도달하게 된다. 그 옛날 미팅에서 부르던 '킹카, 퀸카'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국어사전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인터넷 신조어지만 생김새가 옹골차고 날래다는 의미의 '짱짱하다'는 단어에서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인터넷에는 이에 대한 수많은 카페와 사이트가 등장하며 10대들은 누구나 이 '얼짱'이라는 감투를 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킹카의 조건으로 외모 경제력 패션감각 유머 성격 등을 들고 있지만 '얼짱'이 되려면 수려한 외모에다가 얼굴이 포토제닉('사진빨'이 잘 받는)해야 한다. 급기야 얼굴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다는 '얼짱폰'까지 출시됐다. 10대가 만들어낸 한 가상(假像)일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살아있고, 이 점에서 ‘아바타’하고는 사뭇 다르다. 아바타에 계절별로 옷을 입히다가 인터넷 결제요금 10여만원이 나온 초등생이 엄마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도 있지 않았던가.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사이버상의 '미남·미녀’가 아닌 실제 생명이 있는 새로운 대상을 찾으려는 욕구가 ‘얼짱’으로 탄생한 것은 아닌지.
엊그제 중국에서는 우리 돈으로 6천만원을 들여 수술을 통해 인조미녀가 탄생했다고 한다. '얼짱'이 되기 위한 성형수술의 열풍이 중국에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얼굴에서부터 신체 구석구석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뜯어고쳤기에 본래의 모습이란 조금도 없었다. 심지어 상하이에서는 추녀대회를 열고 수상자에게는 성형수술비로 2천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인격의 도야(陶冶)이자 개성의 창출이건만 너도나도 ‘얼짱’에 내몰리는 오늘의 세태를 보면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李俊九(논설위원)
'얼짱'과 인조미녀
입력 200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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