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UN)은 1948년 12월10일 “인류 가족 모든 구성원의 고유한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가 된다”고 천명하고, 모든 국민과 국가가 지켜야 할 인권의 기준으로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했다. 내일이 55주년 기념일이다. 그러나 강대국의 횡포에 약소, 후진국 국민들과 소수민족의 인권이 유린되고 상류층의 기득권을 위해 빈곤계층의 인권이 희생되는 양상이 뚜렷한 세상에서 '전 인류의 인권은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주장은 공허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의 상황도 다를 것이 없다. 우선 반인권적인 정부정책이 너무 많았다. 농가에 부채만 잔뜩 짊어지게 한 농정(農政), 도시서민들을 빚더미에 올려 놓은 카드·금융 정책, 빈곤계층을 거리로 몰아낸 주택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도시에서 농촌에서 더 이상 못살겠다며 자신의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소외계층이 국가의 사회보장제도 안에서 인권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병사한 어머니의 사체와 6개월간을 동거한 한 중학생의 사연은 구멍뚫린 사회보장제도를 증명한다. 국민의식도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잔인하고 이중적이다. 피부색에 따라 외국인을 차별하는 삐뚤어진 인간관, 북한의 인권을 외치면서도 국군포로의 인권은 외면하는 부조리, 종군위안부와 중국동포 등 역사의 희생자에 대한 냉담한 시선. 이 모든 것이 인권 유린의 시초가 된다.
정부는 지난 11월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을 법정기념일에서 제외시켰다. 법정기념일이 된 것은 지난 73년의 일로 박정희 독재정권이 극성을 부렸던 시절이었다. 독재정권이 기념일로 정한 것도 그렇지만, 인권변호사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이를 제외한 것 또한 아이러니칼 하다. 법정(法定)이든 비법정이든 우리가 세계 인류와 평화롭게 동반하기 위해 반드시 존중해야 할 절대적 가치가 '인권'이라는 점을 되새기는 하루가 됐으면 한다. /尹寅壽(논설위원)
세계인권선언기념일
입력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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