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돈’이라는 말이 있다. 자금이 선거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특히 최고 권력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이 들어간다는 것은 상식화돼왔다. 지난해 대선을 앞둔 10월 한나라당 중앙당 후원회 밤 행사에 무려 118억원을 모금해 목표액 7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당시만 해도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반으로 한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되는 분위기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민주당도 당시 인터넷 등을 통한 온라인 후원금과 ‘희망돼지 저금통’및 후원금 약정서인 ‘희망티켓’ 1차 정산금 등을 노후보에게 전달했다. 온라인 후원금은 13억원, 희망티켓 약정액은 20억원에 달하며 특히 직장인들의 월급날이 집중된 25일에는 하루 동안 3억6천여만원이 모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외의 모금액은 없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이었다. 두 정당이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불법 대선자금이 검찰에서 밝혀진 것만 벌써 수백억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의 최측근들도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권력의 향배를 쫓는 정치자금의 속성 때문에 기업들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안 갖다바칠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트럭을 동원해 1만원짜리 지폐를 '차떼기'로 가득 실어갈 정도로.

문제는 이같은 후원금의 성격이 이른바 ‘정치적 보험’이라는 데 있다. 어느 정당이라도 혹시 집권했을 경우 있을 수 있는 불이익을 우려했고, 또 반(半)협박에 못 이겨 대선 후보 모두에게 지원하는 행위다. 기껏 수출해서 번 돈을 보험회사도 아닌 정치권에 어마어마한 보험(?)을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한상의가 실시한 기업인 의식조사결과에서도 기업체 63%가 불이익을 우려,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반대급부를 기대하며 돈을 주었다는 대답은 3.3%에 불과해 정치자금은 ‘정치보험료’이었음이 입증됐다. 보험금을 받지도 못하는 5년 만기의 대선보험과 4년 짜리 총선보험이 이번 검찰수사를 계기로 과연 사라질 수 있을는지…. /李俊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