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롬 서몬드 미국 상원의원은 놀랍게도 미 의회사상 최고령 현직 의원으로 작년 12월 100세를 맞았다. 그는 한 달 뒤인 지난 1월 5일 101세 의원으로 자퇴했고 그로부터 5개월 후인 지난 6월 26일 출신 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에지필드병원에서 영면(永眠)에 들었다. 우리로선 상상도 못할 '101세 현역(現役) 의원'을 실현한 그는 1902년 출생, 2차 대전 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여했고 1948년 대선 때는 트루먼 대통령에 맞서 출마했던 거물이다. 그는 또 57년 공민권 법안 채택 지연 문제를 놓고 장장 24시간 18분간이라는 의회사상 최장 연설을 한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한 마디로 미 의회의 권위와 경륜의 상징이었다.
그런가 하면 평소 '100살 현역' 실현을 공언했던 무려 20선(選)의 하라겐사부로(原健三郞) 중의원 의원이 일본 정치권의 최고령인 93세로 은퇴한 것은 2000년 5월이었다. 46년 첫 당선, 54년만에 자퇴한 그는 일본 자민당 '노인 정치'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고령인 18선의 사쿠라우치(櫻內義雄) 의원은 하라 의원이 은퇴한 바로 그 날 자신의 88세 생일 축하연에서 “절대로 떠날 수 없다. 10년은 더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자민당의 이른바 '73세 정년제'의 영향으로 85세의 나카소네를 비롯해 90세의 오쿠노(奧野誠亮), 82세의 시오카와(鹽川正十郞) 등 46명의 고령 의원이 지난 10월 은퇴 또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데 우리 국회는 겨우 '60대 고령' 물갈이론이 분분하다. 여론조사 결과 새 인물을 찍겠다는 유권자가 압도적이라니 내년 총선에선 속칭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20대 의원님과 3·8선 퇴직자의 30대 의원 나리가 대거 쏟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둔(老鈍), 노추(老醜), 노망과 노련, 노숙(老熟)과는 구별돼야 마땅하다. 수조(水槽)의 물갈이가 능사가 아니라 노소 관계없이 정신 상태가 비영비영하는 물고기를 가려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吳東煥(논설위원)
국회의원 물갈이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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