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은 '노짱'과 '대쪽'의 한판 승부였다. 노사모 돌풍을 일으키며 신세대에 친근한 닉네임 '노짱' 노무현 후보와, 오랜 세월 축적된 개인적 이미지인 '대쪽' 이회창 후보간의 승부는 결국 노짱의 승리로 끝났다. 기성을 거부하는 2030세대의 응집력과 몇 번의 행운이 겹치면서 노짱은 파죽(破竹) 끝에 대통령으로 등극했고 대쪽은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해 야인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1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불법대선자금에 발목이 잡힌 노짱과 대쪽의 전혀 다른 처신에 세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짱은 14일 “우리가 쓴 불법(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며 또 한번 대통령직을 정치도박에 내맡겼다. 반면 대쪽은 15일 500억원 가량의 불법대선자금 규모를 시인한뒤 “그 큰 돈은 당연히 대선후보인 저를 보고 준 것으로 제가 처벌 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죄를 진술하기 위해 검찰에 출두했다.
노무현과 이회창을 '노짱'과 '대쪽'의 이미지만으로 이해하고 있는 국민들은 이 대목에서 헷갈린다. 스타일상 서로 불법에 대한 진실을 고백하는 경쟁을 벌여야 할 두 사람인데도 노짱은 '10분의 1'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한 반면 파죽된지 오래인 대쪽은 스스로 또 한번 파죽을 결행했으니 말이다. 이쯤에서 노짱도 자신의 불법자금에 대해 진실을 고백하는 것이 순서이고 순리이지 싶다.
도대체 대쪽이 사용한 불법자금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이 시점에서 무슨 소용인가.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의 모든 불법정치자금 사법처리에 있어 결백의 기준이 10분의 1이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 11분의 1로 밝혀지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도덕적 결함이 없다는 것인가. 대쪽은 대쪽답게 갔다. 이제 노짱도 대국민 고백으로 '짱'다운 면모를 보여야 할 때 아닌가. /尹寅壽(논설위원)
'노짱'과 '대쪽'
입력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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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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