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군복(?)과 군대식 편제로 눈길을 끄는 구세군(救世軍)은 1865년 영국 감리교의 유명한 부흥집회 목사 윌리엄 부스(W. Booth)가 창설, 1878년 개신교의 한 교단으로 독립했다. 글자 그대로 실업자와 빈민을 도와 '세상(世)을 구제(救)하겠다는 군대(軍)'며 박애, 자선 단체다. '비누로 몸을 닦아주고(Soap) 뜨거운 국물로 배를 채워주며(Soup) 구호하는(Salvation)' '3S 운동'은 그들의 구호 강령이고 자선 냄비(Charity pot)는 그들의 구세 도구다. 자선 냄비가 처음 설치된 것은 1891년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그 해 12월24일 한밤중 난파당한 한 척의 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러키 해안에 정박했고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승객은 인근 구세군회관에 수용됐다.
그 때 구세군의 한 여사관이 국냄비를 거리에 내다 걸고 “저들을 위해 이 냄비를 팔팔 끓게 하자”고 호소함으로써 최초의 자선 냄비는 데워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892년엔 미국 서부 해안지방의 30개 구세군 영문(營門)이 성탄절을 앞두고 거리에 자선 냄비를 내걸었고 1897년엔 미국 전역에서 15만명의 불우이웃이 성탄절 만찬을 대접받았다. 초기 자선 냄비의 그런 음식 대접은 오늘날 각종 구호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쓰이고 있고 자선 냄비 설치 100주년인 1991년 미국의 구세군은 퍼스트 레이디 바바라 부시여사를 모금위원장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의 자선 냄비는 1928년부터 끓기 시작했다. 그런데 75년만에 처음으로 '스님들의 자선 냄비'가 의정부 거리에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목탁 대신 구세군의 딸랑 종과 마이크를 든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가난한 난타(難陀)가 바친 정성어린 하나의 등이 국왕의 값진 등보다도 공덕이 크다'는 이른바 '빈자일등(貧者一燈)' 정신의 갸륵한 실현자들이고 종교를 초월해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는 기독교 신약성서의 말씀까지 앞장서 실천하고 있음이 아니고 무엇인가. /吳東煥(논설위원)
스님의 자선냄비
입력 200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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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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