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 '예수는 신화다(티모시 프리크, 피터 갠디 공저)'라는 책이 번역 출판됐을 때 이 땅의 기독교인들은 당황하고 혹은 분노했다. 저자들이 성서의 예수 이야기가 이교도 신화의 표절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육체를 가진 신이며 구세주이고 하느님의 아들, 동정녀 어머니, 12월25일 동굴 혹은 누추한 외양간에서의 탄생, 사흘 만의 부활 등등 예수의 일대기가 이미 고대(古代) 오시리스-디오니소스 신앙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들고일어났고 출판사는 절판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렇듯 표절 시비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표절을 당한 쪽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표절을 행한 사람 또한 도덕 파탄자로 낙인찍혀 사회에서 매장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창작과 연구활동을 하는 예술가와 학자들에게 표절은 금기이다. 그러나 창작과 연구의 고통이 심할수록 남의 업적을 훔치고 싶은 표절 유혹은 커지기 마련이다. 대작곡가 헨델도 남이 만들어 놓은 멜로디에 새로운 반주를 붙여 자신의 오페라 중간에 끼워넣은 적이 많아 표절 시비에 자주 휘말렸다고 한다.

예술에서 타인의 작품을 공개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형식으로 패러디가 있다. 대가의 작품을 익살과 풍자로 비틀어 순수한 웃음을 추구하는 장르로 때로는 시대정신을 재해석하는 기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우스'가 패러디 문학으로 분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에서 패러디 범람 사태가 일고 있는데, 이는 창작의 고통을 회피하는 현대문화의 우울한 특징이 아닌가 싶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가 한국인 과학자의 러시아 학술지 논문 표절을 폭로해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표절 당사자는 종적을 감춘 모양이지만, 치부가 드러난 한국의 학문연구 풍토는 당분간 세계인의 주목을 피하기 힘들게 됐으니 벌거벗은 느낌에 저절로 한기가 든다. /尹寅壽(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