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주식이었다. 한 때(70년대 초)는 쌀이 모자라 혼·분식을 장려하고 도시락 검사를 통해 혼식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학교는 교장을 징계까지 했던 아픈 추억도 있었다. 벼의 재배기원에 대해서는 고고학자들이 연구를 많이 하고 있으나 중국 신농시대(神農時代)인 기원전 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는 이보다는 한참 늦은 기원전 2세기경에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총생산량의 92%는 아시아 여러나라에서 생산되며 또 대부분을 아시아 사람들이 먹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쌀 주요생산국의 하나이자,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다. 그러나 요즘 쌀은 점차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서양음식문화가 판을 치면서 패스트 푸드에 익숙해진 청소년이나 어른들 모두가 쌀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1인당 쌀의 소비량도 2002년 기준 87㎏으로 10년전 1인당 110㎏에 비해 무려 23㎏이나 줄었고 지난해는 평균 83.2㎏으로 크게 줄었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에서는 '아침밥 먹기' 운동까지 벌인다.

유엔이 올해를 쌀의 해로 정했다. 쌀 농사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고 또한 8억에 가까운 인구가 굶어죽을 위기에 있어 이들을 위해서는 쌀 생산을 늘리기 위한 유엔 차원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엔이 정한 쌀의 해와는 별개로 우리나라도 올 한해 쌀 문제가 핫 이슈가 될 것임이 예고된다. 우리의 농토는 그리 넓지는 않지만 경작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쌀이 남아돌고 있다.

올해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들과 쌀 시장 개방 재협상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국회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거부에서도 보듯이 농민들은 쌀 개방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대세는 개방 불가피이다. 우리 쌀의 가격 경쟁력은 중국 등에 비할 바가 못된다. 어차피 치러야 할 진통이라면 세계 기류의 변화를 읽고 실리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농민들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쌀의 해를 맞아 쌀로 인한 갈등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李俊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