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쇠는 대표적 국가는 한국과 중국이다. 그러나 명칭부터 한국은 설, 중국은 '춘지에(春節)'라 하고 날짜도 다를 수 있다. 1997년도 달력의 설 날짜는 한국이 2월8일, 중국은 2월7일이었다. 양국의 1시간이라는 시차가 그 달의 합삭(合朔→그믐)시간, 날짜 분기점을 갈라놓았기 때문이다. 풍습도 우리는 설을 신일(愼日), 즉 가리고 삼가는 날이라 하여 조용하고 경건하게 첫새벽 차례부터 지내는데 반해 중국에선 섣달 그믐날 밤(除夕) 자정이 지나면 향을 피워 신을 맞이하며 천지가 진동하도록 폭죽부터 일제히 터뜨린다. 향을 피워 조용히 맞이하는 신(接神)은 불과 식록(食祿)의 신, 재신(財神) 등이고 폭죽 소리로 쫓는 것은 집안의 잡귀들이다.

그러나 설이 추석과 더불어 우리의 명절 중 으뜸이듯이 중국 또한 정월대보름에 해당하는 위엔샤오지에(元宵節)와 딴우지에(端午節), 쭝츄지에(仲秋節)와 더불어 춘지에가 최대 명절이다. 설을 손꼽아 기다리며 가장 설레게 맞는 주인공들은 역시 천진한 동심의 어린이들인 것도 양국이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때때옷에 맛있는 음식, 세뱃돈이 동심을 달뜨게 하기 때문이다. 중국 아이들도 '야쒜이첸(壓歲錢)'이라 하여 빨간 봉투에 나이대로 액수가 다른 세뱃돈을 받는다. 나이든 세대의 어릴 적 기억도 생생하다. 섣달 그믐날 밤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해서 눈을 비벼가며 졸음을 참던 기억, 야광(夜光) 귀신이 몰래와 신을 신어본다 하여 모두 방안에 들여놓고 체를 내걸던 일, 설날 새벽 길을 가다가 첫 번 듣는 소리로 그 해 신수를 점치던 청참(聽讖) 등.

해의 아침, 달의 아침, 날의 아침이라 하여 '삼조(三朝)'라고도 하는 설, 민족의 대이동, 흩어졌던 가족이 부모와 조상의 뿌리로 회귀하는 설 명절을 또 한 번 맞는다. 이번엔 대한 추위와 겹쳐 유달리 추운 설이라지만 최대 명절을 맞아 설레는 따뜻한 마음들까지야 설마 얼리지는 못하리라./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