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레이건 전 대통령의 회고록보다 부시 전 대통령의 애완견 자서전이 더 인기가 높았다. 부시의 애견 스토리인 '밀리의 책(Millie's Book)'이 1990년 퍼블리셔즈 위클리의 베스트셀러 6위를 차지, 부시 일가의 91년 수입 중 절반이 넘는 88만9천여달러(약 10억6천만원)나 벌어들인 반면 레이건의 회고록은 끝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그러니 레이건의 자존심이 어떠했을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2002년 1월 2일 '일신동체'였던 애견 바디(body)가 교통사고로 죽자 “충실한 반려였다”는 성명서까지 발표,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선진국 선진 인간의 개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94년 2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얼시 경찰견(犬) 랜디군의 치아 교정에는 160만원이나 들었고 당뇨병 걸린 견공의 운동을 위한 만보계(萬步計)가 일본에 등장한 것은 98년 3월이었다.
개 사랑엔 한국도 선진국 수준이다. 개 이름부터 개의 사주(四柱)와 음양오행을 따져 지어 주고 118만원 짜리 개 목걸이 등을 생일 선물로 안겨준다. 수시로 미용원에 들러 사람보다 2배나 비싼 4만원짜리 이발을 해 주는가 하면 전용 카페와 전용 호텔을 이용하고 이탈리아 산 말티즈 등 우량 종견(種犬)과 교배를 시키려면 100만원은 내야 한다. 병환이라도 나면 또 어떤가. 이미 94년에 등장한 '동물 구급차'로 즉각 병원에 실려 가고 유명을 달리하면 삼베 수의에다 오동나무 관에 담겨 엄숙한 장례식→화장 의례를 거친 뒤 납골당에 모셔진다.
이쯤 되면 애완견을 잘못 치료해 뒷다리 하나를 절단케 한 동물병원에 개 몸값의 4배에 달하는 200만원의 의료사고 위자료를 물어주라는 법원 판결을 내린 것은 썩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2002년 3월 일본에선 피임수술 3일 후에 세상을 하직한 고양이에게 93만엔(약93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나온 바 있으니 이제 한국에서도 그런 유사한 판결이 속속 나올 차례다. 그래저래 귀가 즐거운 세상이다. /吳東煥(논설위원)
애완견 의료사고
입력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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