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지구촌 곳곳은 '3·8 세계여성의 날' 96주년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7일 프랑스에서는 7천여명의 여성들이 일자리 확보와 직장내 남녀 동등대우를 주장하면서 거리를 행진했다. 국내에서도 여성단체가 연합해 지난 한주 내내 '남녀가 함께 행복한 상생의 공동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다양한 기념행사를 펼쳤다. 특히 올해는 남성중심의 썩은 정치를 청산하기 위한 여성의 정치참여 운동이 어느정도 결실을 맺은 터인지 그 어느해 보다 여성(女聲)이 하늘을 찔렀다.

가부장의 권위가 급속히 퇴색하고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로 통칭되는 고실업 시대에 고개숙인 남자가 즐비한 현실을 들어 '남성역차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아직 자기권리를 요구할 근거는 무궁하다.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5일 전세계 여성 3명 가운데 1명은 평생폭력에 시달리며 해마다 15세 이하의 여자 어린이 200만명이 성매매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여성폭력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리곤 여성폭력을 '모든 나라, 모든 사회를 갉아먹는 암'으로 규정해 퇴치운동을 선언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전세계의 여성실업자가 7천780만명이요, 1달러 미만 임금을 받는 여성노동자가 3억3천만명에 달하는 등 4억명의 여성이 희망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 전세계 난민의 70~80%가 여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한국이 이런 통계와 현상에서 예외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본 대사관앞 수요집회가 다음주면 600회를 기록한다. 장장 12년 동안 이어진 마라톤 집회다. 그사이 80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남은 할머니들은 여전히 역사적 난민의 굴레를 쓰고 있다. 모욕당한 어머니의 모성을 외면하는 나라가 20~30대 여성 30만명 이상이 매춘에 종사하는 현실을 안중에나 두겠는가.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여자들의 노성(怒聲)이 그칠날이 있겠는가. /尹寅壽(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