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슈바니츠는 '교양'에서 “언어는 성의 동등권을 표현하기에 문제가 많다”고 했다. '농민-여성농민' '노동자-여성노동자'의 경우 처럼 여성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우리의 언어습관은 마치 남자가 인간의 기본 모델이고, 여자는 하나의 변형인 것 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또 영어에서 'Man'이 남자와 인간을 지칭하는 것 처럼 많은 언어들이 인간과 남자에 대해 동일한 단어를 사용해 인간 속(屬)의 대표가 남자인듯 표현한다고 했다. 남성지배 언어문화의 실례로 '인권'(the rights of man)을 들었는데, 실제로 인류의 역사에서 인권은 남자의 권리인 '남권'(男權)이었다. 인권에서 소외된 여성들이 '여권'(女權)이란 용어로 인권의 성적 평등을 주장한 건 근세의 일이다.
 
그런데 현대의 생명공학은 남성지배의 인류사를 끝장 낼 태세다. 최근 한·일 과학자들이 '아빠 없는 생쥐'를 탄생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암컷 생쥐의 난자를 조작해 정자로 위장시켜 또 다른 난자에 수정시킨 결과이다. 실험에는 두마리의 암컷이 동원됐지만 한마리의 암컷으로도 얼마든지 단성생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성생식 뿐이 아니다. 체세포나 줄기세포 만으로도 여성의 자기 복제가 가능해진지 오래다. 극단적인 예측이지만 미래의 여성은 본인을 포함해 다른 여성, 그리고 남자 모두와 결혼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 경우 남자는 단순히 X염색체 공급원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한다. 과학적으로는 난자와 자궁을 가진 여성이 미래사회를 지배할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는 셈이다.
 
여자들이 맘먹기에 따라서 아마조네스의 미래가 열릴 수도 있는 지금 남성은 여전히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환경파괴 인권유린 행위의 주역이 모두 남성이다. 이러다가 분노한 여성들이 남자의 씨를 말리자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남성 중심의 윤리와 법으로 여성의 독립을 저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터이다. 남성들이여 회개하고 참회할지어다./尹寅壽〈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