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갑부들이 가장 많이 몰려사는 도시는?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정답은 의외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다. 모스크바에 가서 돈자랑 하면 안된다. 이 도시 부자 100명이 소유한 재력은 무려 러시아 전체 재산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최고부자는 석유회사 전 사장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다. 그의 재산은 152억달러(약 18조원)다. 2위는 최근 영국축구단 첼시를 사들여 화제가 되었던 알루미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125억달러). 그 뒤를 석탄 재벌(59억달러), 니켈 재벌(54억달러)이 잇는다. 주말에 모스크바 교외로 나가는 도로는 벤츠의 물결로 극심한 체증을 빚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어느 나라 전직 대통령의 부인은 '알토란'처럼 재산을 일궈 고작 100억원대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열배 백배 노력한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자본주의 전향 10여년만에 이들이 그만한 거부(巨富)를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놀랍게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있다. 러시아를 자본주의화하는 작업을 총괄했던 IMF는 일단 자본가 계급의 형성이 시급하다며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옐친 정부는 원자재 산업을 줄줄이 헐값에 팔아치웠다. 사들인 자들은 주로 옐친과 고위 각료의 친구들이다. 옐친 정부는 민간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거대 국영기업을 제공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정부는 일부러 돈을 갚지 않았고 장차 국민의 '알토란' 기업이 될 수도 있었던 회사들이 껌값에 넘어갔다. 이런 식으로 한몫잡은 눈치빠른 졸부들은 지난 10년간 협박과 매수 등 마피아적 수단을 마다하지 않고 부를 키웠다. 갑부 1위 호도르코프스키는 현재 탈세와 사기혐의로 수감중이다.
반면, 일반 국민의 40% 이상이 하루 4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연명한다. 절대빈곤층인 2달러 미만 생활자도 25%가량 된다. 집권 2기를 시작한 푸틴이 이런 극도의 불평등을 과연 해소해 나갈 수 있을까. /楊勳道 (논설위원)
모스크바 부자들
입력 2004-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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