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의 '원가'는 얼마나 될까? 지난번 재신임투표 논란 과정에서 나온 수치를 근거로 추산하면 1천억원 안팎이다. 당시 행자부장관이 밝힌 바로는 850억원 가량이었고, 야당중진은 1천억원이 넘으리라 예측했다. 행정수도이전(천도)을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여기에 찬·반 양론을 홍보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 추가될 것이다. 그래도 말썽많은 아파트 분양가보다는 원가를 깔끔하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 셈법'의 속내는 훨씬 복잡하다. 스위스같은 직접민주주의 나라에서는 낙태자유화법을 허용할 거냐 따위를 국민투표에 부쳐도 상관없지만, 대의정치 체제에서 국민투표는 필연적으로 정권의 진퇴와 맞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이전찬성표가 많이 나와 정권 안정되고 국론 통일되면 1천억원 쯤이야 전혀 아까울리 없다. 분양가 부풀려서 크게 한건 올린 건설업자처럼 될 테니까. 물론, 탄핵·총선 거친 마당에 또한번 리스크를 무릅써야 할지 곤혹스럽기는 하겠지만, 청와대 어느 구석에서는 이 시간에도 찬·반 표계산 시뮬레이션이 한창이지 않을까.
국민투표를 외치는 측은 주로 천도반대론자들이다. 반대론자들의 셈법 밑바탕에는 과반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는 은근한 자신감이 깔려 있는 듯하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1천억쯤 들여서 '불량만두'같은 이전론의 꿍꿍이속을 터뜨려버릴 수만 있다면, 몇십조나 되는 이전비용 낭비를 사전에 막을 수 있으니 해볼만한 시도다. 그 일각에는 잘하면 덤으로 '무책임한 아마추어 정권'을 또한번 벼랑으로 몰 수 있는 찬스라는 의식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갈짓자 행보를 보여온 한나라당의 어느 귀퉁이에서도 마지막 표점검이 이뤄지고 있을지 모른다.
행정수도이전(천도)이 정치적 득실계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국민투표 논란은 그 자체로 짙은 정치적 함의를 띠고 있다. 이 딜레마를 벗어나려는 차분한 논의가 먼저 이뤄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楊勳 道 (논설위원)
국민투표
입력 2004-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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