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와 성관계를 갖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살인무기를 가졌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쁜 거짓말인가? 답이 뻔한 질문이라고? 그러나 미국인들, 특히 미국의 권력게임은 상식을 뒤집는다. 외간 여자와 벌거벗고 누워 있다가 아내에게 들키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어. 내 말을 믿어?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당신 눈을 믿어?”라고 다그치라는 바람둥이의 원칙에 충실했던 클린턴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정부는 무려 5천만 달러를 썼다. 반면 5천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국민들에게 안기며 억지 전쟁을 수행하는 부시의 지지율은 여전히 50%선에 가깝다. 마이클 무어가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원제 : Dude, Where's My Country?)'라고 외치는 이유다. 누가 탄핵 감인가?
 
무어가 보기에 조지 부시는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라 '임명된' 대통령이다. 2000년 대선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재검표하더라도 부시는 졌다. 그게 정설이다. 하지만 재검표는 중단되었고, 연방대법원은 부시 승리를 선언했다. 그렇게 권좌에 올랐으면, 겸손하게 선량한 미국인들의 가치관에 맞는 정치를 해나가면 좋으련만, 부시의 정책은 정반대다. 대기업과 부자들의 이익만을 노골적으로 추구한다. 급기야 9·11테러까지 터졌다. 9·11 '테러범'으로 체포된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인이다. 사우디의 독재 왕정은 부시가문과 대를 이어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다. 그러나 가혹한 형벌을 받은 것은 엉뚱하게도 아프간과 이라크다. 그런데도 '멍청한 백인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부시진영의 다종다양한 거짓말과 선동에 속아넘어가고 있다! 무어는 명백한 증거를 들이대며 유머로 버무린 독설로 이를 후벼파고 비튼다.
 
대대적 반격도 시작됐다. '마이클 무어는 뚱뚱하고 멍청한 백인'이라는 무어 죽이기 책도 나왔다. 네오콘들이 떨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이달에 국내 개봉한다는 '화씨 911'을 꼭 보러 가야겠다. /楊勳道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