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화'라는 말부터가 잘못 쓰이고 있는 것 같다. '민주화'의 '화(化)'는 화학적인 글자다. '화학(化學)'의 준말이 '化'다. 무엇이 변해서 무엇이 되고 무엇으로 바뀌는 게 '化'다. -ization이나 -ize가 붙는 영어의 컨버션, 즉 전환, 전화(轉化)의 용례처럼 수공(手工)상태의 기계화가 '메커니제이션(mechanization)'이고 농촌의 도시화가 '어버니제이션(urbanization)'이다. 그러니까 '수공→기계화' '농촌→도시화'처럼 '민주'가 아닌 '비민주 상태'로부터 '민주'로 바뀌는 게 '민주화'다. 그렇다면 2004년 현재까지도 입만 열었다 하면 '민주화'를 외친다면 아직도 '민주' 국가, '민주' 사회가 아니라는 것인가. 이처럼 '대한'하고도 '민국'의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말이 어디 있는가. '민주화'가 아니라 '민주 발전'이 적절한 말이다. 아직도 좀 더 나아지고 발전할 여지가 있을 테니까.

이 땅의 '민주화'는 아직 먼 게 아니라 오히려 지나치게 발전하다 못해 이상하게 변질돼 가는 것 같아 땅을 치도록 안타깝다. 월 19일 근무에 연봉이 4천500만원인데도 월 14일 근무만 하겠다며 파업을 벌이는 노조부터가 심각한 경제 상황과 실업 사태엔 눈길조차 안주는 지나친 '민주화' 같지 않은가. 간첩이 민주 투사라는 것도, 간첩이 군 수뇌부를 오라 가라 모독하는 것도 이상한 '민주화'를 넘어 괴이한 '민주화'다. 이제 '민주화'와 '사회주의'는 구별할 수 없는 혼동의 동의어가 돼가고 있는 꼴이다. 하긴 북한의 공식 명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민주주의'라 하고 우리 대통령을 시해한 대역 죄인까지 '민주 투사' 운운하는 해괴한 나라가 아닌가.

이번엔 집행유예로 풀려난 송두율 교수와 그 아내가 “이 나라의 민주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화'라는 말의 겉뜻과 속뜻, 본래의 뜻과 변질된 뜻을 구분, 국어사전에 싣는 일이 시급하지 않나 싶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