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은 간이역/ 기차가 떠나고 나면/ 오래도록 철로가 운다/ 반백의 역장이/ 담배를 피우며/ 대합실을 나서고/ 심한 사투리의 손님이/ 주점을 묻는다' (황금찬의 '어느 서투른 인생론'에서) 잘 찍은 한장의 스냅 사진같다. 짧은 몇 행 속에 그림이 있고, 이야기가 흐른다. 일없이 찾아가도 저 시골 역장이 주름진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맞아줄 것만 같다. 어느 시인은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고 노래했지만, 함박눈 내리는 간이역도 좋을 듯하다. 일본 영화 '철도원'은 눈쌓인 시골역에서 묵묵히 제 인생을 지고 가는 철도원의 이미지를 인상깊게 보여주었다.
 
지난해 7월 자신의 왼쪽 다리를 바쳐 어린 목숨을 구했던 김행균씨가 또한번 따뜻한 철도원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씨는 어제 자신의 장기를 모두 기증하기로 서약했다. “다리 치료를 하느라 독한 약을 많이 먹어 장기이식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각막만큼은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다. 한사람이라도 새 삶을 얻었으면 좋겠다.” 이 겨울 이런 훈훈한 소식만 들을 수 있다면….
 
그러나 같은 날 들려온 다른 철도원의 뒤늦은 부음이 안타깝다. 철도청 수원관리사무소 선임관리과장 권진원씨. 그는 지난 16일 아침 성대역~화서역 구간 철로변에서 속도제한표지 제거작업을 하다가 열차에 치여 참변을 당했다. 도와주는 동료도 없이 혼자 밤샘작업을 계속해온 지 7일째라고 했다. 권씨처럼 작업중 사고를 당하는 철도원이 한달에 2명 꼴이다. 우리나라 철도원 중에 권씨같은 시설관리원은 주당 평균 75시간, 월 300시간을 일한다. 일본 철도원의 2배다. 그동안 구조조정으로 철도청 인력이 7천400명이나 감축됐다.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철도청은 충원계획이 없다고 한다. 도시인들이 예찬하는 간이역의 정취 뒤켠에는 이렇듯 목숨 걸고 작업에 투입되는 철도원들의 눈물과 분노도 있다./楊勳道(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