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기원 전 4세기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2001년 8월에 복원하고 중국이 명~청조의 궁성인 자금성(紫禁城)을 1980년대에 대대적으로 보수, 복원한 것도 그렇고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독일인들이 앞장서 복원케 한 것도 문화재 복원이 역사 유적 보전과 함께 관광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재 ‘복원(復元)’이란 글자 뜻 그대로 원래의 위치에 원래의 모습, 원형대로 고스란히 만들어내는 것이다. 건축양식, 자재, 내부구조, 원래의 명칭과 간판, 현판, 편액(扁額) 글씨는 물론이다. 그걸 조금이라도 달리하면 문화재 변조라고 하는 망발이 되고 만다. 예컨대 한산도의 ‘忠武影堂(충무영당)’을 1972년 ‘忠武祠(충무사)’로, 그것도 우→좌 글씨를 좌→우 글씨로 바꿔 단 건 난센스 중 난센스다.
더욱이 대한민국 수도의 심장부이자 관문이며 천문(天門)인 청와대 앞 경복궁하고도 정문인 광화문을 복원하면서 원래의 현판인 우→좌 글씨 ‘門化光’을 한글 ‘광화문’으로 변조, 37년이나 매달고 있다는 건 세계 문화재 복원사상 유례가 없는 망발이 아닐 수 없다. ‘광화문’의 ‘광화’는 ‘광천화일(光天化日)’의 준말로 ‘광천’은 빛나는 하늘, 광명세상을 뜻하고 ‘화일’은 안정된 시대, 곧 태평성대를 가리킨다. 그걸 한글로 쓰면 ‘狂化’인지 ‘狂禍’인지 뜻을 알 길이 없어진다. 원래 조선조 개국공신 정도전(鄭道傳)이 ‘사정문(四正門)’이라 명명했던 것을 세종 때 집현전에서 개칭한 게 광화문이었다.
중국 사신을 영접하던 서대문 독립문공원의 모화관(慕華館)→독립관(獨立館) 복원도 마찬가지다. 한글 현판 ‘독립관’은 망발이다. 복원한 경희궁 정문 문패 ‘門化興’처럼 제대로 달았어야 했다. 이제라도 안목 있는 당국자가 나와 ‘광화문’ 문패를 ‘門化光’으로 바로잡겠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박정희가 썼든 누가 썼든 그렇다./吳東煥(논설위원)
광화문 문패
입력 2005-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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