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직전인 1993년 1월 공개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산 200만 달러(약 16억원)의 목록은 다채로웠다. 대통령 문장(紋章)이 새겨진 엽총 두 자루가 2만2천달러, 비디오카메라가 1천200달러, 바비큐 화덕이 1천25달러 등. 그런데 퇴임 후 이사(텍사스 주 휴스턴 집) 비용으로 10만달러를 대출받았다. 클린턴 부부가 취임 직후 신고한 재산은 170만 달러, 고어 부통령은 65만 달러였다. 그들에 비해 로이드 벤슨 재무장관이 1천200만 달러(약 96억원),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890만 달러(약 71억원) 등 부자도 많았다. 그러나 2002년 9월 공개된 부시 정권의 오닐 재무장관(약 3천100억원)이나 럼스펠드 국방장관(약 1천420억원)의 재산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일본 총리 재직 때의 미야자와(宮澤) 17억 엔, 호소카와(細川) 25억 엔, 무라야마(村山) 3억 엔도 많은 편이지만 94년 고노(河野) 외무장관은 83억 엔이나 됐다.
가장 가난한 각료라면 94년 11월 태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공개된 각료 재산 중 최하위인 2천300만원의 잠롱 부총리였을 것이다. ‘판잣집 청백리’로 유명한 그였으니 어울리는 액수였다. 한데 95년 7월 ‘출입기자 재산공개 요구 결의안’이란 별난 의안을 가결한 건 미 상원이었다. 의회 출입기자는 개별 정치인보다도 영향력이 커 공개가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하긴 전 국민의 소득과 재산을 공개하는 나라도 있다. 부패 없는 국가 1위의 핀란드다.
고위 행정 관료에 이어 국회의원의 3분의 2, 사법부 고위직의 80%가 심한 경제 불황이었던 지난 1년간 재산이 늘었대서 화제다. 원래 공개된 재산이 많아도 ‘왜 그리 많으냐. 부정축재 아니냐’ 의심을 받게 되고 너무 적어도 ‘왜 그리 적으냐. 숨긴 게 아니냐’는 등 미덥지 않게 마련이다. 설마 70억 엔의 은닉재산이 드러났던 일본 정객 가네마루(金丸信) 같은 사람은 없겠지./吳東煥 (논설위원)
고위 공직자 재산
입력 200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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