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李舜臣)에 대한 일본인의 존경심은 대단하다. ‘제국국방사론(帝國國防史論)’이라는 책은 1900년대 초 일본해군대학의 교과서다. 당시 해군대좌(대령)로 일본해전사의 권위자인 저자 사토데쓰타로(佐藤鐵太郞)는 이 책에서 이순신을 이렇게 평가한다. “자고로 기정분합(期正分合)의 묘책을 구사한 장수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해장(海將)으로서는 동양의 이순신, 서양의 넬슨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조선역(朝鮮役)’의 저자 도쿠토미(德富蘇峰)도 “이순신은 조선의 영웅일 뿐 아니라 동양 3국을 통튼 영웅”이라고 했고 노·일전쟁의 영웅이라는 도고(東鄕平八郞)도 “본인을 넬슨이나 이순신에 비유합니다만 넬슨까지는 몰라도 이순신에 비유함은 곤란합니다. 본인은 이순신의 발밑에도 못 미칩니다”며 신음처럼 말했다. 자신과 넬슨의 머리 위에 이순신을 올려놓은 사람이 바로 도고 제독이었다.
태평양전쟁 함대가 출동할 땐 이순신의 영혼에 무운을 빈 일본 장교도 많았고 자기 집 사당에 이순신의 영정을 모셔둔 해병도 흔했다. 일본인이 존경하는 작가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도 그의 한국 여행기의 한 장(章)을 할애해 이순신 존경론을 담았다. 이순신과 협력했던 명나라 장수 진인(陳璘)이 이순신을 평가했던 ‘유경천위지지재(有經天緯地之才)’ 즉 ‘하늘과 땅을 주름잡는 재주’를 시바는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이순신은 세계 해전사(史)에 독보적인 장수, 그야말로 해신(海神) 같은 존재다. 그런데도 그를 제거해야 한다고 수도 없이 주장했던 게 당대의 소인배였다.
한·일 감정이 뒤틀리는 요즘 인기 TV 드라마 ‘이순신’을 보는 감회는 수세미처럼 착잡하다. 무비유환(無備有患), 우물 안 개구리에 무지몽매한 국가 지도자, 곁의 봉황도 몰라보는 쌈닭들의 안목과 이전투계(泥田鬪鷄)…. 그런데 400여년 후의 이 땅은 어떻게 다른가./吳東煥(논설위원)
이순신
입력 2005-03-21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5-03-21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18 종료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역점사업이자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온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를 '화성시·평택시·이천시'로 발표했습니다. 어디에 건설되길 바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