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맛고향 10곳이 본격 유혹을 시작할 모양이다. 숙박시설 체험시설 먹는시설을 갖춰놓고 어서 오라고 난리다. 다음달에는 값도 깎아준단다. 이른바 '슬로 푸드(slow food)' 마을이다. 인터넷 안내 서비스(www.kgtour.co.kr)도 곧 시작된다. 메뉴만 들여다 봐도 구미가 바싹 동할 만하다.
 
3년 정성이 담긴 파주 장단콩 청국장, 아삭 씹으면 정말 생명이 돌아올 듯한 포천 도리돌 한방김치, 축령산 정기로 영근 잣을 청정 약사계곡 물로 조리한 가평 영양 잣국수, 이름은 '다섯 대감(大監)'에서 왔다지만 마시면 오감(五感)으로 취흥을 느낄 것같은 여주 오감도토리술, 150m 지하 암반수로 담근 안성 서일농원의 된장 간장 고추장과 거기 박아 익힌 장아찌, 진달래 꽃필 무렵 살이 오른 바지락으로 송홧가루 날릴 때 담근 화성 서해마을 바지락젓갈, 향긋한 추억이 되살아날 양평 보릿고개 마을의 쑥개떡과 산나물토장, 직접 잡아 끓여 먹는 이천 부래미마을 우렁이탕과 우렁이무침, 올림픽·월드컵 공식 김치로 지정되기도 한 연천 청산김치, 석가모니가 드셨다는 깨달음의 죽 '유미죽'을 비롯해 속진의 탐욕·분노·어리석음마저 씻어줄 것만 같은 평택 수덕사의 전통사찰음식들. 먼저 눈길 가는 음식만 적어도 이 정도다. 게다가 대대로 전수되던 재료 기르는 법, 음식 마련하는 절차까지 몸소 해볼 수 있다니, 그야말로 '온몸으로 느끼는 맛'이 아닐까
 
인간의 미각중추는 대뇌 전두엽 일부와 도피질이라는 곳에 퍼져 있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뇌의 여러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혀로 감지되는 맛 뿐만 아니라 음식의 냄새·모양까지도 뇌를 흥분시킨다는 설명도 있다. 입맛이 발달해야 머리가 좋아지는 지, 머리가 좋아야 입맛이 발달하는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나, 누군들 맛도 좋고 기분도 좋은 맛고향에 가서 푹 쉬다 오고 싶지 않으랴! /楊勳道(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