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섬을 대표하는 나라가 아일랜드 같지만 국명 아일랜드(Ireland)와 섬이라는 보통명사 아일랜드(island)는 스펠링이 다르고 발음도 Ireland는 ‘아이얼랜드’에 가깝다. 아무튼 섬나라 하면 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일본, 대만, 뉴질랜드 같은 나라뿐이 아니다. 뉴질랜드 곁의 호주 대륙을 비롯해 5대양에 둘러싸인 6대주가 모두 섬 대륙이라 할 수 있다. ‘월드 아일랜드(世界島)’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속칭인 것만 해도 그렇다. 한반도를 위시한 발칸, 인도, 말레이, 이탈리아, 이베리아, 캄차카 등 ‘반도(半島)’ 또는 ‘3분의 2도(島)’도 실제는 모두 섬 대륙에 붙어 있는 ‘온 섬’들이다.
섬→island는 가로상의 안전지대도 가리키지만 ‘세포 군(群)’을 뜻한다. 대륙을 구성하는 기초 세포군이 섬이다. 따라서 작은 섬, 무인도일수록 섬다운 섬이다. ‘섬〓유토피아’다. 그리스 신화의 극락도(the Island of the Blessed), 즉 ‘신성한 섬’들은 착한 사람이 죽은 후에 간다는 곳이지만 꼭 사후의 극락만은 아니다. 토머스 모어가 소설로 그린 유토피아가 섬이었듯이 섬이란 산 사람의 이상향이기도 하고 헉슬리가 소설 ‘금지된 섬’으로 강조했듯이 ‘오염 금지선’이 또한 섬이다. 그래서 숱한 문학 작품과 명화가 섬에서 묘사됐고 그려졌다. 비너스의 탄생 등 온갖 신화와 비경이 어우러진 지중해의 키프로스는 물론, 괌, 사이판, 발리 등 신혼여행지만 떠올려도 ‘섬〓보도(寶島)’ 인식엔 구김이 없다.
오염 금지선, 유토피아, 보배 같은 섬, 신비의 무인도에 개발 따위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끝없이 개발, 망가지는 게 섬이고 소유권 다툼에 휘말리는 것도 섬이다. 행담도 개발이란 또 뭔가. 그 이름 그대로 ‘담담한 마음으로 가야 할 섬(行淡島)’에 의혹이 얽혔다면 명칭부터 ‘행농도(行濃島)’로 바꾸는 게 어떨까./吳東煥(논설위원)
섬 개발
입력 200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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