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 총기 사고국은 미국이다. 뉴욕 번화가인 타임스스퀘어의 빌딩 옥상에 전미(全美) 총기 희생자 수를 표시하는 전광판 ‘죽음의 시계(Death clock)’를 설치, 게시를 시작한 건 1994년 1월 1일이었다. 그런데 표시된 숫자는 이틀 만에 233, 9월14일엔 무려 2만1천644였다. 하루 평균 80여명이 총기에 희생돼 교통사고 사망 집계를 능가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미국에선 휴대폰처럼 ‘휴대 총’이 자유로워 죽음의 시계 가동 시점인 94년 초엔 이미 전 인구 수에 맞먹는 2억2천만 대를 넘었다. 8살 초등학생까지 ‘휴대 총’을 하는가 하면 ‘레이디 스미스’니 ‘레이디 울트라’라는 이름의 가볍고 깜찍한 여성용 총기까지 등장한 건 89년 초였다.

어처구니없게도 낙태시킬 돈이 없어 자기 자궁에 총을 쏜 플로리다 주의 한 10대 여성도 있었고 1세 여아를 사살한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Albuquerque)의 4세 남아도 출현했다. 전자가 94년 9월, 후자는 2002년 3월 사건이었다. 선진국의 총기 사고가 심각한 지경에 들어선 지는 이미 오래다. 독일 동부 에르푸르트(Erfurt)의 한 김나지움(고등학교)에서 한 퇴학생이 총을 난사, 16명이 죽은 사건은 2002년 4월 일어났고 특히 미국형을 닮아가는 일본도 민간의 휴대 총이 부쩍 늘어나면서 대낮이고 지하철이고 걸핏하면 총격전이 벌어진다. 야쿠자 등 조직폭력단뿐이 아니다. 방탄조끼 구입 붐이 인 것도 94년 무렵의 일본이었다.

민간의 휴대 총 불허로 대한민국이 아직은 선진국 형 총기 사고 무풍지대인 것만은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8명이나 사망한 어제 새벽 전방부대 내무반의 총기 난사 사고는 아무리 휴대 총의 특수집단이긴 하지만 왜 사전에 막을 수 없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구나 적이라도 소탕하듯 수류탄까지 투척했다니! 이번 사고가 재발 방지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