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축제' 하면 스페인 발렌시아가 먼저 떠오른다. 산더미처럼 쌓인 토마토와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가본 적은 없지만 TV 화면만으로도 정열과 신명이 느껴진다. 거리는 온통 터진 토마토로 붉은 홍수를 이루고 전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은 희희낙락 토마토 투석전을 기꺼이 끼어든다. 장 뒤비뇨가 말한 '일상성의 전복으로서의 축제'가 바로 이런 광경이지 싶다. 재미있는 것은 '발렌시아 토마토전쟁'이 2차대전 중 토마토 값폭락에 대한 농민 항의시위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그걸 발전시킨 재치가 돋보인다.
 
토마토는 정열의 상징이다. 불그스름한 색깔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다. 실제로 정력효과가 있다고 한다. 안데스 건조지대에서 자라던 토마토는 16세기 스페인인들에 의해 유럽에 전해진 이래 프랑스에선 '폼므 다무르', 영국에선 '러브 애플'이라 불렸다. 모두 '사랑의 사과'란 뜻이다. 채소인지, 과일인지 지금도 시비가 많은 토마토는 19세기 들어 널리 식용되기 시작했다. 고기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소스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한반도에도 17세기쯤 중국을 거쳐 들어왔지만, '남만시(南蠻枾·남쪽 오랑캐 지방의 감)'라는 당시 이름조차 끊어질 정도로 우리 조상들 입맛에는 '영 아니올시다'였던 듯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토마토에 항암효과(리코펜), 골다공증에 좋은 비타민K, 고혈압·당뇨·신장병 예방에 탁월한 성분이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토마토 생산과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 주말(24~26일) 광주군 퇴촌면에서 '토마토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퇴촌이 일찍부터 토마토 근교농업에 힘써온 곳이지만, 토마토를 내건 축제가 생겨난 걸 보면 그만큼 한국인 입맛과 생활방식이 달라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발렌시아처럼 역동적인 축제는 아니지만, 아기자기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니 한번 가볼만 하지 않을까. /楊勳道(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