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휴(休)’자는 사람(?)이 나무(木)에 기댄 형상이고 ‘가(暇)’자는 ‘날 일(日)’에 ‘빌릴 가(?)’자가 붙은 것으로 ‘쉴 휴’ ‘기쁠 휴’ ‘아름다울 휴’자에다 ‘겨를 가’ ‘한가할 가’자다. 나무 그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되 기쁘고 아름다워야 하는 게 ‘휴가’다. 그렇다면 선인들은 바다 피서는 몰랐던 것인가. 하긴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智者樂水)고 했으니 지자의 피서지는 바다가 아니었을까. ‘피서(避暑)’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한서(漢書)’를 편집한 후한의 역사가이자 문필가인 반고(班固)였고 부채에 시를 쓴 선시(扇詩)―팬 랭귀지(fan language)에 처음 보인다. 더위 쫓는 도구라고는 부채밖에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천자, 황제는 달랐다. 청나라 강희(康熙)와 건륭(乾隆)은 피서용 별궁까지 지었다. 연암(燕巖)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그 열하(지금의 河北 承德市 북방) 땅 200만 평에 무려 110동의 ‘피서산장(避暑山莊)’을 건축했던 것이다. 고금동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곳에 고급 병장을 지어 즐기는 피서객이라면 그 열하부터 상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인들에겐 피서가 아니라 부채 하나만을 달랑 들고 더위와 맞서는 ‘척서(斥暑)’였고 더위를 이기는 ‘극서(克暑)’였다. 기껏해야 남정네는 죽부인(竹夫人), 부인들은 죽노(竹奴)나 껴안고 뒤척였고….

요즘은 에어컨까지 있어도 가야 하는 게 피서 휴가다. 바다로 산으로 이번 주가 피크다. 일본의 한 시인은 만원 해수욕을 가리켜 ‘감자 씻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했지만 바다고 계곡이고 글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다. 녹음의 삼림욕을 ‘그린(green) 샤워’라 한다면 해수욕은 ‘블루 샤워’ 일광욕은 ‘골든 샤워’ 수돗물 샤워는 ‘화이트 샤워’가 아닐까. 화장실 ‘화이트 샤워’만도 얼마나 시원한가./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