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소설이나 007영화의 유명한 첩보기관 MI6은 실재했다. 그게 바로 영국정보국비밀정보부(MI5)였다는 걸 1992년 5월초 메이저 총리가 의회에서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MI6은 외국의 비밀 정보 수집이 목적이고 직원은 약 2천 명이며 ‘C’의 암호명으로 불린 사람이 콜린 매콜 국장이었다는 것도 그때 밝혀졌다. 그러나 첩보부의 대명사라면 냉전시대의 양극(兩極)인 미국의 CIA(중앙정보국)와 소련의 KGB(국가보안위원회)가 아닐 수 없다. CIA는 미국 국민의 존경의 대상이다. 국익을 위해 긴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양민에겐 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요원들도 수재들만 뽑히고 긍지도 대단하다.

반면 KGB는 울던 아이도 ‘뚝’한다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길에서 놀던 남자 아이의 목구멍으로 1루블짜리 화폐가 넘어갔다. 아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그때 한 신사가 군중을 헤집고 나와 꼬마의 양다리를 잡아 올리더니 거꾸로 늘어뜨리고는 냅다 흔들어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꼬마는 동전을 토해냈다. 모두들 물었다. '선생은 의사십니까.” '아닙니다. KGB올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존 바론의 저서(73년) ‘KGB’에 나오는 얘기다. 1917년 레닌이 창설한 KGB 의장 안드로포프는 브레즈네프 사후 공산당서기장으로까지 추대됐고 고르바초프도 KGB 힘으로 크렘린의 일인자가 됐다. 지금의 푸틴도 KGB 출신이다.

JP가 조직한 중앙정보부→안기부→정보원은 KGB의 성격에 가까운 존재였다. 명칭도 그냥 ‘정보’보다는 앞에 ‘비밀’이 붙는 ‘첩보(secret information)’가 어울린다. 정보원이든 첩보원이든 국익과 산업 스파이 등 색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작년 5월 인도네시아에 세계 최초로 첩보대학이 개교된 것도 그럴만해서다. 검찰의 국정원 수색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