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 아버님은 단군이시니/ 이 나라 한 아버님은 단군이시니…’ 미국인의 시조가 조지 워싱턴, 중국인의 시조가 전설상의 제왕인 황제(黃帝), 일본인의 시조가 태양의 신이며 일본 황실의 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神)라면 우리의 시조는 정인보 작사, 김성태 작곡의 ‘개천절 노래’처럼 ‘한 아버님’ 단군이시다. 미, 중, 한국인 시조가 남성인데 반해 일본인의 시조는 ‘해의 여신’이다. 오늘이 개천절. 개천(開天)이란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린 날이다. 기원 전 2333년 10월 3일 국조(國祖) 단군이 최초의 민족 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한 날이다.
그런데 강화도 마니(마리)산 참성단, 서울 사직단 등의 제천(祭天)의식만은 음력 10월 3일에 거행하듯이 개천절은 원래 음력 날짜였으나 양력으로 환산하면 해마다 날짜가 달라 1949년 10월 1일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냥 10월 3일로 고정케 된 것이다. 그것은 한 해 농사를 거둬 하늘과 조상에게 제례를 올리는 10월을 상달(上月)로 쳤고 3이라는 숫자도 길수로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햇수도 124년 앞선 기원 전 2457년이라야 타당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천신(天神) 환인의 뜻을 받은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神檀樹)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어 홍익인간, 이화(理化)세계의 대업을 시작한 그 해여야 한다는 것이다.
‘개천절’ 명칭은 대종교에서 비롯됐다. 1900년 1월 나철(羅喆) 대종교 대종사가 서울에 교문을 다시 열면서부터였다. 아무튼 4338년 전 이 땅에 하늘이 열리지 않았다면 우리에겐 저 하늘을 우러러 숨쉬는 공기조차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황금연휴도 좋지만 개천절 노래 한 소절쯤은 잊지 않는 게 하늘을 얻은 감사의 표시일지 모른다.
/吳東煥(논설위원)
하늘 열린 날
입력 2005-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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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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