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성 대통령과 총리는 예사다. 지난 달 27일 캐나다에선 미셸 장이라는 48세의 여성이 첫 흑인 여성 총독(總督)에 취임했다. 영연방 캐나다의 총독이란 형식상 최고 지도자인 영국 여왕을 대리하는 대통령 격이자 실권 총리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녀야말로 파격적이고 이색적이다.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서 출생, 11살 때 아이티 독재 정권을 피해 캐나다로 간 난민 출신인데다 프랑스 태생의 영화감독과 결혼,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총독이 되면서 프랑스 국적은 포기했지만 그녀는 일찍이 불임과 암의 고통에 시달렸고 퀘벡 주의 CBC 프랑스어 방송의 첫 흑인 기자와 앵커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를 가리켜 캐나다 이민자들은 다인종, 다문화 국가에서 결코 별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2003년 4월 핀란드에서도 48세의 첫 여성 총리가 등장했다. 핀란드 의회가 3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중앙당의 아넬리 예텐마이키 당수를 총리로 선출함으로써 EU(유럽연합)에서 처음으로 국가 원수인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과 더불어 행정부 수반까지 여성이 차지하는 나라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 두 달 뒤인 6월엔 페루에서도 첫 여성 총리가 나왔다. 전 국회의원 베아트리스 메리노가 토레드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기용된 것이다.

하지만 가장 주목받는 여성 총리는 오는 18일 선출되는 독일의 첫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아닌가 싶다. 첫 동독 출신 총리, 2차대전 이후 최연소(51) 총리에다 슈뢰더 총리까지 물리친 그녀의 카리스마를 가리켜 ‘독일의 마거리트 대처’로 지칭하기 때문이고 ‘연정(聯政)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모범을 보인 최초의 여성 총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힐러리든 라이스든 미국 여성 대통령도 등극할 차례고 중국에선 여성 주석이, 일본에서도 여성 총리가 나올지 모른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