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홀트, 메리 라스트, 크리스틴 러셀, 헬렌 스탬프, 베티 블랭큰십. 외국인들이 아니다. 코흘리개 철부지 시절에 이 땅을 떠나 나이 50줄이 넘어서야 고국을 찾아 온 우리 핏줄들의 이름들이다. 모두 한국전쟁 고아다. 베티를 제외한 4명은 혼혈이라지만 태어나서는 철수나 영희 순희와 같은 이름으로 불렸을게다. 최초의 미국 입양아들인 이들의 양부모는 바로 홀트아동복지회 설립자로 유명한 해리와 버다 홀트 부부다.

 '해외 입양아'는 우리 사회의 원죄와 같다. 부모를 잃었건 부모에게 버림을 당했건, 그 이유가 전쟁이건 생활고나 미혼출산이건 간에 모두 우리가 떠 안았어야 할 한 핏줄들 아닌가. 그런데 미국에 최초로 입양된 5명 뒤로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20만명 이상이 줄을 서 파란 눈 부모에게 안겼다. 그래서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문하며 핏줄을 찾는 사연을 만날 때 마다 가슴이 무너진다. 십수년 전 MBC가 소개한 스웨덴의 수잔 브링크의 사연이 그랬고, 최근엔 KBS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코너가 국민의 심금을 울리며 그들을 품지 못한 우리 사회의 죄책감을 일깨우고 있다.

 그나마 이들이 모두 잘 성장했으면 마음 편하련만, 해외입양아 10명 3명이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경험했다는 한 국회의원의 조사결과는 이들의 성장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한해에도 수천명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모국을 찾지만 고국 정부는 아무런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 채 무심하다. 설사 친 혈육을 찾아도 해피엔딩이 힘들다는 건 친모와 다시 절연(絶緣)한 수잔 브링크의 후일담에서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한해에 수천명이,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 거의가 해외가 입양되고 있다. 해외입양국 중 국민소득 1만달러 이상인 나라는 없다는데 국민소득 2만불을 목청껏 외치는 한국은 여전히 고아수출국이다. 언제나 죄짓지 않는 나라와 국민이 되려나./尹寅壽〈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