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브로스 비어스(Ambrose Bierce)는 그 유명한 ‘악마의 사전(The Devil´s Dictionary)’에서 ‘가난이란 개혁을 주장하는 쥐들의 이빨을 위해 마련된 줄(쇠붙이 깎는 쇠)’이라고 꼬집고 ‘가난을 없애겠다는 계획의 숫자는 가난으로 고통받는 개혁주의자들의 숫자에다 가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학자들의 수효를 보탠 것’이라고 비웃는다. ‘가난은 부자의 어머니’니 ‘빈곤은 천재의 계모’니 따위 말만을 막연히 믿고 있는 전압 낮은 뇌실(腦室)들에겐 언뜻 불이 켜지지 않는 알쏭달쏭한 ‘가난의 정의(定義)’일지도 모른다.

‘세계 인구의 25%가 극빈층이고 11억 인구가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연명한다’는 게 1993년 4월 28일의 세계은행(IBRD) 보고서였다. 그럼 최근의 실태는 어떤가. 국제노동기구(ILO)는 2003년 7월 6일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30억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그중 3분의 1은 하루 생활비가 1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구 인구 절반의 생계비가 10년 동안 겨우 하루 1달러에서 2달러로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냠냠(yum-yum) 맛있는 식사를 상상하는 30억 인구의 뱃속 꼬르륵(growl) 소리가 오늘도 지구촌 전체를 울리고 있다는 얘기다. 디오게네스의 후예(거지)가 득실거리는 뉴욕과 워싱턴 등 부자나라 도시를 비롯한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가난이란 세상의 종말까지 완전 퇴치야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가구의 15.8%가 재산보다 빚이 많거나 아예 재산이 없고 하루 세 끼도 걱정할 정도’라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는 믿고 싶지가 않다. 1인당 국민소득 1만5천 달러의 11위 경제대국에다 ‘이미 선진국 진입’의 대한민국은 어디로 갔다는 것인가. 상대적 빈곤이 아닌 절대빈곤층이 늘고 있다는 건 문제다. 하루 세 끼 걱정만 안 해도 행복한 삶이란 말인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