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깨끗한 방도 문틈으로 스며든 햇빛은 뽀얗게 먼지를 뿜게 마련이다. 그렇게 햇빛에 비쳐 벌겋게 일어나는 먼지, 티끌을 ‘홍진(紅塵)’이라 한다. ‘속세의 티끌, 번거롭고 속된 세상’이 곧 홍진, 붉은 티끌이다. 그러니까 방안까지 속세의 티끌로 가득한 것이다. 문밖, 바깥세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쾌청한 날도 하늘과 땅의 공기는 홍진으로 가득하고 바람 부는 날은 더욱 심하다. 그래서 ‘이 풍진(風塵) 세상’이라 하고 ‘홍진세계’라 일컫는다. 쓰레기를 뜻하는 진개(塵芥)의 ‘진(塵)’도 먼지를 가리킨다. 사슴 떼가 뽀얗게 일으키는 먼지가 ‘진(塵)’이다. ‘개(芥)’ 역시 겨자가루 같은 먼지를 뜻한다. 진개, 쓰레기의 대표가 먼지다.
먼지가 강풍에 날려 하늘높이 치솟는 홍진만장(紅塵萬丈), 황진만장이야말로 실감나는 풍진세상, 티끌세상의 약여(躍如)한 모습이다. 엊그제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엔 누런 먼지도 아닌 붉은 먼지의 모래바람 홍사(紅砂)가 50m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몰아쳤다.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허용 기준치를 222배나 초과한 지독한 홍진세계―붉은 티끌의 세계가 전개된 것이다. 그런 홍사가 황해(黃海)를 ‘홍해(紅海)’로 붉게 물들이면서 한반도까지 날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황화도 아닌 ‘홍화(紅禍)’를 뒤집어쓰는 것이다. 중국은 봄철마다 사막에서 일으키는 황사(春天的風砂)에 비상이 걸려 있다. 작년 황사대책 예산은 2억3천만위안이었고 지난 3월12일 식목일(植樹節)일 까지 5년간 연 27억5천만명이 의무적으로 나무를 심었다. 이른바 식수기지(植樹基地)도 6만개소나 건설했지만 역부족일 뿐이다.
중국발(發) 황사를 어쩔 수 없다고만 체념하기엔 너무나 답답하다. 가뜩이나 티끌, 먼지로 가득한 세상 아닌가. 하지만 먼지로 인해 더욱 붉고 찬란하게 물드는 저녁노을과 오로라나 상상하며 눈을 감고 참아야 하는가.
/吳東煥(논설위원)
황사와 홍사
입력 2006-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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