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위령공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뜻 있는 선비와 어진 사람은 살기 위하여 인(仁)을 해치는 일이 없고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인을 행할 뿐이다.” 다시말하면 도의심이 강하고 의지가 강한 사람이나 인덕을 갖춘 사람은 목숨과 인 모두를 지킬 수 없을 때 생명 때문에 인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말로 살신성인을 뜻한다. 살신성인은 목숨은 물론이고 극심한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남과 이웃에 봉사하거나 양보하는 의로운 행동을 보일 때 사용된다.

살신성인의 정신은 비단 유가사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이웃과의 나눔과 베품의 정신이 배어 있어서이다. 이같은 정신은 동학사상에도 스며있다. 동학교주 최제우는 “내마음이나 다른 사람 마음이나 같다”는 뜻의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을 설파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이런 것들 모두가 살신성인의 정신을 일궈낸 밑거름이 돼서인지 우리 주변에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묵묵히 돕는 사람,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사람, 국가와 민족을 구하기위해 분연히 나선 사람들이 유달리 많다.

우리는 이들을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준 의인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행적을 존경한다. 우리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의인들이 있어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가깝게는 강재구소령을 비롯해 지난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에서 급류에 휘말린 동료장병을 구하기위해 물속에 뛰어들었다 숨진 박승규 소대장과 장병등 4명도 의로운 삶을 살다간 이들이다. 5월5일 어린이날 대형참사를 막기위해 죽음을 불사한 채 조종간을 잡고 전투기와 함께 산화한 김도현 소령의 살신성인의 얘기가 다시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김 소령의 의로운 죽음이 이기심과 물질주의에 빠져 자아를 상실하고 있는 요즘 우리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좋겠다.

/송 인 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