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은 남달리 솜씨가 빼어나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국민이 예부터 젓가락을 사용해온 민족이기 때문이란 말도 있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젓가락 놀림이 몸에 배어, 그것이 곧 갖가지 손놀림을 능숙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척척 잘 빚어내고 만들게 한다고들 한다.
그 말을 꼭 믿을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우리 민족이 손재주가 좋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세계적 명성을 떨치는 고려청자 조선백자에 석굴암 팔만대장경 등 문화재 예술품들도 다 훌륭한 솜씨와 깊이있는 예술성이 없었다면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다. 걸핏하면 위조지폐 위조수표 등이 나돌아 파문을 일으키고, 세계적 명품 사치품만 나왔다 하면 으레 모조품들이 쏟아져나와 진품들을 비웃는다. 여기에 가짜 양주들은 또 얼마나 많이 나돌고 있는가. 그런 것들도 다 손재간이 뛰어나기에 가능할 것이다.
마침내 우리네 짝퉁 만들기 솜씨도 거의 신선의 경지(?)에 이른 모양이다. 갖가지 짝퉁문화로 명성을 떨치더니 얼마 전엔 급기야 짝퉁 생수까지 등장했다. 가짜 상표를 부착한 생수병에 가짜 생수를 넣어 유흥주점 호텔 등에 판매해온 일당이 검거된 것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가짜 생수에선 정상적인 생수의 5배가 넘는 세균들이 우글거렸다 한다. 이들은 가짜 생수병에 한류스타 중견 탤런트 등 유명인 사진까지 붙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도 감탄할만 하다 하겠다.
갖가지 불량식품 걱정이 끊일 날 없더니, 이젠 불량 물까지 걱정해야될 판이다. 범인들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이야 새삼 탓해 무엇하랴만, 그들의 뛰어난 재주가 참으로 아깝다. 그 좋은 솜씨들을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면, 그 사회 역시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이런 현상은 어떻게 개혁이 안되나 모르겠다.
/박 건 영(논설실장)
아까운 솜씨
입력 2006-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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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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