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한 주정부와 시당국이 현대자동차측에 파격적인 지원을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가 돼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보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글렌데일시를 제치고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앨라배마 주정부와 몽고메리 시 당국이 현대차를 위해 전담 공무원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파격적 행정지원을 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그 전담공무원은 현대차 주재원들의 운전면허 취득, 주택임대, 영어교육, 자녀들의 학교입학 등 '잡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차 직원 가족들의 관광가이드 역할까지도 한다고 한다.

더욱 우릴 감동시키는 것은 몽고메리 시당국이 현대차로부터 공장앞 도로 이름을 '현대 대로(Hyundai Boulevard)'로 고쳐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주민의견을 수렴한 뒤 곧바로 승인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대차 울산공장 번지가 '700'인 점을 착안해 현지 공장주소 번지를 '700'으로 바꿔달라는 현대차의 요청도 받아들였다.

시 당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방서와 경찰서를 옮겨줬고, 고속도로에서 공장까지 도로를 확장해 주는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지 주민들도 '현대차 사랑'운동을 뜨겁게 벌여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도국도 아닌 경제대국 미국이 일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왜 이런 '파격적 행태'를 벌일까,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행정서비스다. 그렇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는 지금 경제대국이건, 개도국이건 간에 외국기업을 유치하는데 혈안이다. 기업이 들어오면 고용이 창출되고, 세금이 늘어나고, 관광객이 증가해서 결국에는 풍요로운 도시가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수의 나라에선 외자유치를 위해 까탈스런 조건을 접고, 기업 입장에 서서 파격적인 행정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떠한가.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하겠다고 돈다발을 싸들고 와도 각종 법망을 내세우며, 타국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니, 국토의 균형발전이니 하며 각종 구실을 들어 굴러온 해외자본을 막고 있다. 매사를 국가차원이 아닌 정치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경제대국을 꿈꾸는 우리의 경쟁국들은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외자유치라면 자다가도 달려가서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면서 유치에 성공하려한다. 중국이 그 좋은 예다. 중국 상하이에는 세계 500대 기업중 320개가 진출해 있고, 우리 나라에는 1개밖에 없는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가 40여개나 진출해 있다. 물론 우리와 중국을 단순 비교하기란 다소 무리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외국기업들은 투자조건이 까다로운 한국에서 등을 돌리고 있고, 이미 투자한 자본까지 이탈 조짐이 있다는 우려다.

이런 현상은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를 꿈꾸는 인천으로서는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경제자유구역을 3곳이나 지정해 놓고, 6천만평의 땅덩어리를 확보는 해놨지만 자칫하다가는 버려진 땅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게일사 등 일부 외국기업의 외자유치에 성공은 했다지만 국제기준에 준하는 투자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멈칫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한 외국기업 61개사를 대상으로 송도, 영종, 청라지구 등에 투자의사를 묻는 의식조사에서는 95%가 현 시점에선 투자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외국기업들이 노사, 규제, 세금 등의 문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린 잘 알고는 있지만, 대응책 마련은 '게걸음'이다.

최근 인천시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발표가 너무 잦고 평이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인천시 당국이 몽고메리시 정부처럼 외자유치 분야만이라도 우선 파격적인 변신을 해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이 것이 곧 인천이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로 가는 첫 단추다./김은환(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