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인천에선 의미있는 공연이 있었다. 추억의 포크송과 조수미 콘서트다. 두 공연에 인천시민들은 정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관람석 거의가 매진될 정도였다. 포크송은 체육관, 조수미 콘서트는 교회에서 각각 열렸다. 그러나 하나는 흥행에 실패했고 하나는 성공했다. 한쪽의 관람객들은 추위에 떨다 못해 공연장을 뛰쳐 나왔다. 한쪽은 공연에 대한 여운을 못내 아쉬워하며 식당에서, 포장마차에서 뒤풀이가 이어졌다.
이들 공연행사는 여러가지 의미를 던졌다. 인천시민들이 얼마나 문화적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인천에서 10만원이 넘는 고액 관람권이 매진되는 사태를 보고 무척 놀랐다고 한다.
문제는 공연장소였다. 두 공연이 전문 음악공연장이 아닌 체육관, 교회에서 열린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인천에서 가장 많은 좌석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다. 인천에선 유일한 종합공연장이다. 그러나 이곳은 관람석이 1천524석에 불과하다. 가수초청비, 무대설치비, 홍보비, 행사요원 인건비 등을 따져볼 때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획사들은 공연의 손익분기점을 2천200석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곧 표가격을 결정짓는 잣대로도 작용한다. 행사에 대한 후원금이 많다면 굳이 표를 비싸게 팔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의 공연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다못해 인천의 실내체육관 등이 음향이나 냉·난방시설이라도 제대로 갖췄다면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다. 국·내외 유명한 가수들을 초청해 실내에서 공연한다는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기획사들이 인천공연을 꺼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천시민들은 교통불편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로 간다.
사실 전국 7대도시 가운데 종합공연시설만을 놓고 본다면 인천이 전국 최하위다. 서울이 12개로 가장 많다. 부산은 3개, 대구 4개, 광주 2개, 대전 6개, 울산 2개 등이다. 인구, 경제규모 등에서 인천이 전국 3대도시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문화시설은 전국 평균치에도 끼질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있는 시설이지만 효용성에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
인천지역에선 지난해 문화시설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불만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놓고 인천시, 문화관련 단체, 연구기관 등이 목소리를 높였다.
가까운 부천을 놓고 위기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 인천이 일개 기초자치단체의 수준도 따라가지 못해서야 되겠냐는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부천은 시설면에서 볼 때 문화도시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부천 시민회관은 규모면에서 분명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복사골 문화센터도 600석 규모에 불과하다.
그런 부천에 왜 위기감을 느끼는 걸까. 문화마인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부천은 5대 문화사업을 중심으로 문화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천 판타스틱 국제영화제, 국제 대학 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이 정책구상과 함께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이미 전문공연장 건립, 박물관 밸리조성, 문화관광 인프라 구축, 영사위원회와 영상문화단지 조성 등을 추진중이다.
인천시는 지난해에야 비로소 문화예술중장기종합발전계획을 내놓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해서 이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작은 해야 한다. 너무 늦지 않게 말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문화관련 예산을 후순위로 밀고 예산중 1%를 적립하기로 했던 문화재단 설립 기금조차 적립하지 못했던 게 그동안의 인천시 문화마인드다. 갑신년 새해 벽두부터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인천시민들의 불만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지금부터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바란다. /장철순(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문화갈증 인천시민
입력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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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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